"아이랑 봤는데 깜짝 놀라"…'오펜하이머' 15세 관람가 무색한 선정성 논란 [포커스]
크리스토퍼 놀런 역작…씨네필 열광
180분·흑백 장벽 "지루해" 혹평도
노출多·베드씬·여성지우기 논란
“핵폭탄 만든 과학자 이야기라기에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극장에 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가 이렇게 야한 영화일 줄이야…”(30대 여)
“과학 교육적 영화가 아닐까 싶어서 학생 단체관람을 추진하려고 먼저 가서 보고 당황했어요. 러닝타임이 길고, 여성 물리학자들을 의도적으로 지운 느낌이라 영화를 중학생들한테 보여줄 수는 없겠더라고요.”(40대 남)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12번째 장편영화로 '오펜하이머'를 선보였다. 기획 단계부터 주목받은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해 첫 주말 아이맥스(IMAX) 등 주요 특수관 회차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펜하이머'를 본 일부 관객은 예상과 다른 영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광복절 휴일 국내 개봉해 첫날 55만명을 모으며 주목받았지만, 하루 만에 일일 관객수가 14만명대로 감소했다. 공개된 영화를 둘러싼 평은 엇갈리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뤘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이 쓴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미국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과 수소폭탄 반대 운동 뒷이야기에 무게를 실었다.
평소 CG(특수효과) 사용을 지양하는 놀런 감독은 '오펜하이머'에서도 자신의 방식을 고수했다. 심지어 CG 없이 핵폭발 장면을 재현한 것으로 알려져 개봉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놀런의 장기는 빛난다. 영화는 오펜하이머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면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트리니티 핵실험 목표까지 막힘 없이 보여주면서 기본에 충실한다. 영화적 재미에 충실한, 촘촘히 설계된 각본도 인상적이다. 연출적 완급조절도 탁월하다. 오펜하이머가 원작폭탄으로 인해 느끼는 죄책감 등 묘사를 통해 관객을 단숨에 설득한다.
놀런표 극장 영화의 정수 vs 흑백·러닝 180분 지루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름값을 한다. 영화적 만족감을 피력하는 관객도 상당하지만, 큰 기대 탓일까. 아쉽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오펜하이머'는 개봉과 동시에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방대한 역사와 4000페이지에 달하는 평전을 스크린에 옮기느라 '오펜하이머'의 러닝타임은 180분, 3시간에 달한다. 긴 러닝타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객도 상당하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 짧은 길이의 콘텐츠가 소구되는 분위기와 다른 관람 형태에 호불호는 갈린다.
놀런은 업계 최초 흑백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촬영해 영화적 완성도를 높였다. 흑백의 화면이 큰 스크린에 펼쳐지는 장면에 열광하는 영화팬들도 있지만, 최근 액션·코미디물에 익숙해진 일부 관객은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의 정수를 즐기는 씨네필이라면 재미를 잘 느낄 수 있겠지만, 놀란 감독의 고유의 세계관과 스케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영화는 딜레마로 인해 고뇌하는 과학자의 일대기에 집중하는 전기 영화에 가깝다. 평단에서는 그의 초기 영화인 '메멘토'(2001)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출·성행위·여성삭제 논란
'오펜하이머'는 북미에서 성적 행위, 노출, 언어 등을 이유로 R등급을 받았다. 놀란은 '인썸니아'(2002)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R등급을 받았다. 상업영화를 연출하면서는 처음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오펜하이머'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판정했다. 만15세, 중학교 1학년 이상 관객은 영화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아이들을 동반한 학부모들의 관람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영화를 본 학부모들은 등급판정이 적절치 않았다며 아이들과 보기 민망했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진 태트록 역으로 나오는 배우 플로렌스 퓨의 가슴 노출 장면이 문제로 지적된다. 15세 관람가인데 베드신과 노출이 잦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미성년 자녀와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민망한 상황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기가 연이어 올라오는 분위기다.
영등위는 "선정성 및 약물의 수위가 다소 높은 장면이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15세 관람가로 판정했다"고 등급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놀런이 여성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일제히 지적하는 분위기다. 양자물리학을 다루면서 마리 퀴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 물리학자들을 일체 언급하지 않은 건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존 여성 과학자들의 업적을 지우거나 비서로 축소한 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국내에서도 여성에 대해 무시할 의도로 삭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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