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가 살아날 길은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3. 8. 1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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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그룹 피프티 피프티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소속사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 명의로 손글씨 입장글이 SNS에 게시됐다. 멤버들 중의 한 명이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된다. 손글씨 문서는 흔히 자필 입장문이라고 해서 어떤 사안에 대한 당사자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보통 연예인이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전할 말이 있을 때 자필글을 올리곤 한다.

이번에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손글씨로 글을 써서 올리며 “안녕하세요. 피프티 피프티 키나, 새나, 시오, 아란입니다.”라고 명확히 글을 쓴 주체가 자신들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자신들이 전면에 나설 정도로 간절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통은 변호인 같은 대리인을 통해서 입장을 밝히게 마련이다. 그러면 나중에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오해가 있었다’, ‘우리 본뜻이 아니었다’라는 식으로 퇴로를 찾을 수 있다. 피프티 피프티는 이번에 굳이 자신들이 전면에 나섰다. 퇴로를 스스로 막은 것 같은 모양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분쟁은 분명히 자신들의 뜻이며,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자신들이 온전히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입장문을 통해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현재 매우 간절하고 억울함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 보도되고 있는 언론 기사, SNS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너무나 많습니다’라며 ‘소속사와의 관계에서는 잘못된 방식으로 강요돼 왔던 일들이 바로잡히길’ 바라고 있고, ‘잘못된 의혹과 오해에 따른 과도한 비난을 거둬 주시고, 객관적인 사정을 지켜봐 주시길 간절히 부탁’ 드린다고 했다.

현재 맹비난이 폭주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오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억울할 만하다. 그러면서 ‘저희의 간절한 바람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현 소속사는 신뢰할 수 없는 회사이니 신뢰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고 싶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온 세상이 소속사인 어트랙트를 두둔하며 피프티 피프티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또, 모든 이들이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를 동정하고 있는데 피프티 피프티 측은 전 대표가 범죄자라고 주장한다. 법률대리인이 전홍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피프티 피프티 앨범과 관련된 선급금 20억원을 어트랙트가 아닌 스타크루이엔티로 지급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전홍준 대표를 두둔한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니 결국 멤버들이 직접 자필글까지 올려 간절한 심정을 호소한 것 같은 모양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다. 그들의 주장에 사람들이 공감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산 불투명, 건강 관리 부실, 소속사 무능 등을 주장했었는데 이 셋 모두에 대해 사람들은 의구심을 표명했었다.

연예계에선 법적인 판단 이상으로 대중정서가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은 여론을 긍정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리, 정황, 근거 등을 알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 측은 그런 것 없이 법정에서 증명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할 말이 없어서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 것이다.

보도나 SNS에 잘못된 주장들이 많다면 조목조목 반박하면 될 텐데 이 부분도 미약하다보니 여론의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피프티 피프티 측은 법정에서 증거를 제출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증거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그 증거라는 것이 정말 중대한 잘못의 증거가 아니라면 피프티 피프티에 더 큰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소속사가 어느 정도 잘못을 했더라도 그것이 과연 스타로 키워준 회사와의 신의를 깰 정도인가, 소속사 대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정도인가를 대중이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멤버들의 변호인은 소속사의 정산 불투명이나 배임 증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의 잘못일지에 관심이 모이는데, ‘정말 중대한 잘못이라면 벌써 피프티 피프티 측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겠는가’라는 의심도 있다.

그들의 주장이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더기버스의 존재에 있다. 더기버스 측에서 피프티 피프티를 흔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보니 사람들이 조직적 배신을 의심하는 것이다. 현재 멤버들이 직접 자필 입장글을 발표할 정도로 확신에 찬 것도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로부터 어떤 정보를 주입받은 결과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런 정보로 인해 소속사를 철저히 불신하게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심 받는 가운데 이번에 조정을 거부하고 직접 입장글까지 발표하면서 멤버들의 입지가 상당히 위태로워졌다. 여기서 살아날 길은 소속사의 매우 중대한 잘못을 밝히는 것뿐이다. 그것만이 멤버들의 억울함을 대중이 공감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피프티 피프티는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 걸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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