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해진, 하지만 파격적인…넷플릭스 ‘마스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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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마스크걸'은 뒤틀린 욕망을 충돌시킨 수작이다.
주인공 김모미와 그를 둘러싼 세 건의 살인사건을 파격적으로 펼쳐내 호평받았다.
이 웹툰을 각색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18일 공개됐다.
나나는 '마스크걸'로 그만의 독보적인 연기 영역을 재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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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마스크걸’은 뒤틀린 욕망을 충돌시킨 수작이다. 주인공 김모미와 그를 둘러싼 세 건의 살인사건을 파격적으로 펼쳐내 호평받았다. 주인공 김모미는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동시에 남들보다 ‘우월한’ 몸매에 심취해있기도 하다. 이런 그를 주오남이 지켜본다. 현실에선 무시 받지만, 온라인에선 여성을 지배한다는 감각에 빠진 인물이다. 주오남을 홀로 기른 김경자는 아들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 모든 인물이 극단적이지만 낯설진 않다. 누구나 가진 욕망과 자기혐오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이 웹툰을 각색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18일 공개됐다. 원작을 본 시청자라면 이야기가 순해졌다고 느낄 수 있겠다. 김모미의 불쾌한 면모를 순화해서다. 어려서부터 관심받길 좋아해 연예인을 꿈꿨던 모미는 자라면서 “못생겼다”는 손가락질에 점점 위축된다. 대신 그는 인터넷 방송에서 끼를 펼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춤을 추고 몸매를 뽐낸다. 팬이라며 접근해 자신을 강간하려던 남자를 쓰러뜨리면서 모미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고 달아나지만, 아들을 잃은 김경자가 그를 뒤쫓는다.
원작에서 모미는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자기 외모를 혐오하면서도 늘씬한 몸매에 우월감을 느꼈다. 모미를 향한 여성혐오적인 시선에 연민이 들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비열한 선택을 해 쉽게 사랑할 수 없었다. 드라마에선 모미를 겨눈 폭력이 강조된다. 모미의 뒤틀린 욕망보단 막다른 골목으로 떠밀린 피해자성이 더 도드라진다. 덕분에 모미를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원작보다 넓어졌다.
모미는 세 배우가 나눠 연기했다.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던 젊은 모미 역엔 신인배우 이한별이 발탁됐고, 성형 후 잠적한 모미는 나나, 교도소에 수감 중인 중년의 모미는 고현정이 맡았다. 나나와 고현정은 분량이 많진 않으나 존재감이 톡톡하다. 나나는 ‘마스크걸’로 그만의 독보적인 연기 영역을 재확인시킨다. 여성 파트너와 빚어내는 독특한 케미스트리와 불온한 얼굴이 매력적이다. 고현정은 속내를 알 수 없는 고요함으로 생략된 모미의 서사를 풍성하게 상상하도록 만든다.
주오남과 김경자를 각각 맡은 배우 안재홍과 염혜란은 ‘마스크걸’의 핵심이라 부를 만하다. 음습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작품 공개 전부터 ‘주오남을 씹어 삼켰다’고 평가받은 안재홍은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열쇠다. 자신감 없는 외톨이 같던 그가 광기에 휩싸여 살인하는 장면에선 숨을 헉하고 들이마시게 된다. 김경자를 맡은 염혜란은 말 그대로 ‘연기 차력쇼’를 벌인다. 일부 장면에선 영화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 속 전도사(김병옥)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감독 에단 코엔·조엘 코엔)의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이 떠올라 섬뜩하다.
이야기는 어둡고 축축하지만, 장르적인 재미는 다양하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는 물론, 청소년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도 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데뷔한 김용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열린 ‘마스크걸’ 제작발표회에서 “누군가에겐 괴상하고 불편한 인물이어도 어떤 측면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거나 연민을 느낄 수 있다”면서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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