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부산엑스포 물건너가" 발언에, 與 총공세…속내는 복잡

전민구 2023. 8.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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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봉민(왼쪽), 안병길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봉민 의원은 징계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대변인이 본인 발언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사과를 했다면 여기까지는 안 왔을 텐데 책임지는 모습이 없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 대변인이 지난 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못 하면 지금 정부의 책임”이라고 한 말을 문제삼고 있다. 최근 파행 논란 속에 끝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부산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취지였다.

지난 9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국민의힘은 이 말에 발끈했다. 여권에선 ‘잼버리 파행이 곧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라는 김 대변인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고 아무리 야당 국회의원이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즉각 반응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부산엑스포 개최는 물 건너갔다’는 망언은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해 나라가 잘 안 되길 바라는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당인가. 아니면 (부산과 유치 경쟁을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탈리아 정당인가”라며 “‘부산엑스포가 무산되는 것이 당리당략에 부합하기 때문에 유치에 실패하는 것이 좋다’는 속셈이 들통난 것”이라고 적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왜 민주당 부산 국회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는가. 부산엑스포 망언까지 그냥 넘긴다면 (민주당) 최인호·박재호·전재수 의원은 부산에서 국회의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입구에서 국민의힘 부산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의원 등 50여 명이 더불어민주당 '부산엑스포 망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집단행동도 이어졌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부산시당 소속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사죄와 답변을 할 때까지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부산시민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이름을 기재한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14명은 지난 17일 제출한 김한규 의원 징계안에도 전원 이름을 올렸다.

11월 28일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10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 부산 정치권이 이처럼 부산한 건 일종의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외신에서 “잼버리 파행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에 책임 소재를 미리 넘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정부와 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치에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국회가 할 일”이라며 “민주당은 부산이 개최지에서 탈락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부산 지역 언론에선 민주당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부산일보의 ‘[임성원 칼럼] 엑스포 막판 스퍼트, 결승선이 저기다’라는 칼럼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앞장서서 초를 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엑스포 망언도 주저하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부산은 이제 민주당에 ‘우리가 남이가?’가 아니라 ‘우리는 남이다!’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라며 민주당의 행태를 강력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국민의힘 부산 의원 중에서도 지나친 과열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부산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실적으로 사우디에 밀린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며 “유치전 과정에서 부산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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