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냐" 교육공무직에 옮겨붙은 '학부모 전화' 공포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보호 대책을 놓고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폭탄 돌리기’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방안의 하나로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 내 ‘민원 대응팀’이 교사가 아닌 교육공무직들의 피해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 민원 창구를 일원화해 지금처럼 교사가 직접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받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민원 대응팀 제도를 제시했다. 민원 대응팀이 대부분 교무실·행정실의 교육공무직으로 구성돼 결국 악성 민원을 교사가 아닌 공무직이 떠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뒤로 한발 물러나 있었는데, 교육부가 교육공무직에 폭탄 돌리기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공무직 61% “악성 민원 받았다”
경기지역의 한 돌봄전담사는 “한 학부모가 자녀가 집에서 물병을 집어 던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며 상담을 요구했다. 이 학생은 돌봄교실 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학부모의 지속적인 상담과 민원 제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돌봄전담사는 “돌봄교실 운영시간에 학부모 문의 전화가 와 퇴근 후 전화를 하겠다고 하니 소리를 지르는 등 학부모의 고성·항의로 불안함을 느꼈다”라고도 했다.
교육부 ‘민원대응팀’ 발표에 “폭탄 돌리기, 갑질 횡포” 우려 목소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도 교육부에 민원 대응팀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관리직인 교감, 행정실장과 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학비노조는 “교무실로 오는 민원 전화를 받는 것은 교육실무사, 행정실무사 등의 교육공무직”이라며 “민원대응팀은 힘없는 약자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갑질 횡포”라고 밝혔다.
교육공무직 단체들은 민원창구를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민원대응팀이 도입되면 업무가 ‘하향 쏠림’돼 관리직의 ‘면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해외 사례를 봐도 학교가 아닌 상급기관에서 일차적으로 민원을 접수하고 분류해야 한다”며 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민원용 ‘챗봇’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보지만, 챗봇이 민원의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장·학부모 책임 강화해야”
지난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에 학부모의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시안은 교사가 문제 학생에 대해 물리적 제지와 분리가 가능하게 했지만, 정작 학부모의 책무성을 명시한 조항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는 “학생 분리 방안에 ‘보호자 인계’를 추가하는 등 학교장과 보호자의 지도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고시안에) 학부모의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지속적인 민원도 새로운 침해행위로 추가했다. 고시 제정뿐 아니라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엔 특별교육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중고 학부모 등과 간담회를 갖고 교권 회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학부모·교사 교육 3주체가 서로를 존중해 주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는 데 학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책, 입법 활동에 더 나가아서 학교 문화를 개선하는 캠페인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도 만나 민원대응팀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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