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 쓰임받은 나귀처럼… 낮은 자세로 복음 전하는 기업 될 것”
8만3214건, 3606억원.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와 그 피해액이다. 하루 평균 228건의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자 3년여 만에 피해액이 13배 늘어난 수치다. 다양한 플랫폼이 편리함을 더하고 알뜰한 중고품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늘어난 부작용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으로 상처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스스로 던진 이 질문에 답을 내놓기 위해 창업에 나선 사람이 있다. 바로 김진산(28) 아워프레셔스 대표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4년 전쯤 크라우드 펀딩을 같이 하면서 재밌게 합을 맞추던 한 지인이 어느 날 얘기하더군요. ‘누가 중고거래 좀 대신해줬으면 좋겠다’고요. 당시 저도 공감했던 여러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건 꼭 해야겠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 지인은 공동창업자가 됐죠. 하하.”
문제점에 대한 공감은 심층 연구로 이어졌다. 첫 단추는 중고 사기의 근본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원하는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 시중에서 동났거나 한정판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것이 바로 판매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직거래 사기였다.
확인해보니 전체 중고거래 사기 피해 중 70% 이상이 택배로 거래를 시도한 비수도권 거주 구매자에 집중돼 있었다. 구매자가 판매자를 믿고 선입금을 했는데 택배를 받아보니 벽돌이 들어있거나 빈 상자가 배달됐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인구밀도가 낮아 원하는 물건을 찾기 어려운 비수도권 거주자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비대면’이 낳은 사각지대를 줄이는 해법을 ‘대면’에서 찾았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대면 거래를 대신해 줄 사람이 있다면 모두에게 만족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사용했던 물건을 사고파는 게 중고거래인 줄 알지만 사실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는 그 물건이 ‘귀했던’ 물건이고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도 ‘귀한’ 물건입니다. 물건을 썼던 추억과 경험들을 공유하는 일이 중고거래라면 그 귀한 순간이 사기로 얼룩지지 않고 행복한 경험이 됐을 때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일 겁니다.”
이런 고민 끝에 내놓은 아워프레셔스의 결과물이 ‘당나귀 딜리버리(이하 당나귀)’다. ‘당신과 나의 귀한 물건’의 줄임말이자 거래 및 배송 대행을 통해 일상에 긍정적 경험을 주는 서비스다. 현재 당나귀 사이트에선 대중에게 익숙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록된 제품들을 검색할 수 있다. 판매자가 당나귀를 이용한다는 의사를 전하고 구매자가 상품 대금과 수수료를 결제하면 당나귀 크루(직원)가 물건을 직접 수령하거나 배송을 받는다. 물건의 상태를 확인 후 구매자에게 알려 구매 결정이 이뤄지면 당나귀가 판매자에게 대금을 입금하고 구매자에게 상품을 안전하게 배송해준다.
김 대표는 “판매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당나귀 크루에게 물건을 전달할 수 있고 별도의 포장 없이 물건만 전해도 당나귀가 꼼꼼하게 포장해 구매자에게 배송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서비스를 구축하고 발전시켜나갈 청사진을 소개하는 김 대표에게선 한 기업을 이끌어 가는 영적 리더의 면모가 엿보였다. 40일 새벽기도로 태교를 해가며 모태신앙으로 김 대표를 키워낸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그는 신앙을 내려놓고 악착같이 생계를 책임지는 아들이 돼야 했다.
국내 최대 새벽 배송 기업에서 근무할 땐 찜질방에서 출퇴근하며 하루 13~14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육체적 정신적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 우연히 찾아간 청년예배에서 다시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이 시대 청년들이 뜨겁게 하나님을 부르짖으며 찬양하고 기도할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를 되돌아보게 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회사의 이름이 ‘우리의 귀중한(our precious)’인 것도, 성경 속 예수님께 쓰임 받는 어린 나귀를 떠올리며 ‘당나귀 딜리버리’를 시작한 것도 낮은 자세로 복음을 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에서다.
서울 송파구 본사 사무실 옆에는 작은 기도실이 있다. 매일 오전 9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 1시간씩 전 직원이 모여 기도 교제 시간을 가진다. 김 대표는 “공식 업무 시간 중 1시간을 할애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그 시간에 일하면 매출이 올라가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교제와 나눔이 나머지 업무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웃었다.
당나귀에는 현재 1만6000여명의 사용자가 등록돼 있다. 김 대표는 “서비스의 보완점을 모색하면서 최근에는 장애인, 어르신과 임신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거래 대행 서비스가 선하게 쓰임 받을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해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하고 미약하게 느껴지는 청년 스타트업 대표들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줬던 말씀을 소개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7~29) 이 말씀을 들으면 늘 힘이 납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참 오묘하죠. 미련하더라도 우직하게 하나님의 길을 가다 보면 예비된 천사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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