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모이는 교회엔 공감·훈련·자율이 숨 쉰다

신은정 2023. 8. 19.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년 성도 비율 높은 세 교회의 비결은

청년이 교회에 오지 않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들린 지 오래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달 발간한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30세대 개신교인 비율은 2017년 20%에서 2022년 15%로 줄었다. 특히 20대는 5년 새 21%에서 11%로 쪼그라들었다. 교회마다 다음세대를 말하지만 정작 교회 안에서 다음세대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청년 성도가 모이며 성장하는 교회들이 있다. 이 교회들은 지친 한 영혼을 소중히 여겼고, 강도 높은 제자훈련을 통해 이성적으로 하나님을 이해시켰으며, 섬김에선 성도 개별의 자율성을 보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교회들은 대형교회가 아니었고 코로나19 시국에 오히려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 아픔이 곧 소명’
지난달 열린 이룸교회 전교인 수련회 모습으로 참여자 다수가 청년이다. 이룸교회 제공

2022년 1월 개척한 서울 강서구 이룸교회는 개척 2년도 안 돼 50명이 주일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성장했다. 전체 성도 중 20대 비율은 90%에 달한다. 김연국(42) 담임목사가 9명 성도와 함께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꽤 놀라운 성도 수라는 반응이 많았다.

김 목사는 청년 사역 비전을 품고 25세 젊은 나이부터 4곳의 교회에서 청년부 부교역자로 섬겼다. 알코올 중독자인 부친이 폭력을 일삼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 내내 복수를 결심했던 김 목사는 진정한 용서를 통해 자유함을 얻고 자신의 아픔을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교회엔 김 목사의 이런 신앙 경험을 담은 설교를 유튜브에서 접하고 찾아온 ‘아픈 청춘들’이 많다고 한다.

이룸교회 청년부 주일 예배 장면. 이룸교회 제공


이룸교회는 제자훈련에 공을 들인다. 김 목사는 “‘덮어놓고 믿어라’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이성적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도록 돕는다”며 “특히 성경공부는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하나님 안에서 인생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제자반’으로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창에선 15주간 일과를 비롯해 말씀묵상 성경통독 암송 설교요약 등을 함께한다.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엔 교회에서 만나 3시간여 동안 교리를 공부하고 삶을 나눈다.

이룸교회는 전도와 봉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김 목사는 “생각보다 많은 청년이 헌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며 “그런 마음을 품으면 예배가 불편한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시기는 신앙이 성숙하는 단계라 양육이 먼저”라면서 “교회에 머물면서 회복하고 은혜를 받으면 저절로 섬기고 싶어진다”고 했다. 이룸교회 성도의 3분의 2는 주일뿐 아니라 수요·금요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룸교회에는 청년 사역 비전에 공감한 동역자가 많다. 기타 피아노 찬양인도자 등 음악 전공자가 인도하는 찬양팀은 교회의 자랑거리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생이 교육 전도사를 맡는 등 신학생 성도도 12명이나 된다.

“복음은 깊게, 표현은 문화적으로”
벧엘선교교회 청년 성도들이 지난달 수련회에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 벧엘선교교회 제공

5만명 구독자를 가진 기독교 유튜브 채널 ‘종리스찬TV’를 운영하는 이종찬(37) 전도사는 서울 강북구 벧엘선교교회 청년부를 이끈다. 성도 대부분이 청년인 이 교회는 늘어난 성도 수를 감당하지 못해 반년 가까이 본당에서 예배를 함께 드리지 못하고 있다. 80여명이 나오는 주일예배에서 20~30명은 본당 옆 교육관에서 영상 예배를 드린다. 이 전도사는 “공간이 넓어지면 당장 성도가 늘어날 수 있지만 성도 수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장소를 옮기지 않기로 했다”며 “한 영혼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과거 실패 경험이 청년 부흥의 밑거름이라고 고백했다. 벧엘선교교회는 장애인 선교에 매진한 그의 어머니가 20여년 전 개척했다. 이 전도사는 2014년쯤 청년부를 담당하며 출석 성도 5명에서 25명까지 끌어올렸다. 기독교 변증에 탁월했던 그는 시간과 물질을 쏟아부으며 안티 크리스천이나 가나안 성도에게 전도했다. 그러나 대부분 성도가 복음에 대한 학문적 갈증만 해소하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기에 벧엘선교교회는 제자훈련에 신경을 쓴다. 야구 베이스 돌듯 각 단계에는 실천 과업이 있다. 시작인 홈에서는 새신자 교육을, 1~3루에선 목장 활동을 하며 큐티 보고서, 성경 일독과 암송, 일대일 제자 양육, 기독교 변증 교육 등을 마쳐야 한다. 모든 과정을 다 거치려면 2~3년이 걸린다.

이 전도사는 “기독교는 지성의 종교이므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믿음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이 전도사는 주일 밤마다 온라인에서 설교에 대해 궁금증을 푸는 시간도 마련한다.

벧엘선교교회의 한 청년 성도가 필리핀 선교를 위한 기도 뽑기함에서 기도제목을 뽑고 있다. 벧엘선교교회 제공


청년 성도를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노력도 남다르다. 이 전도사는 “여름 단기선교를 준비하는데 ‘기도 뽑기’를 하면 기도와 후원을 재밌게 받을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누가 2000원을 내고 기도 편지를 뽑을까 생각했는데 첫 주일에만 30만원이 모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 홍대 등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거리에서 볼 법한 통 넓은 바지를 입고 굵직한 테의 안경을 쓰는 등 평소 패션에도 신경을 쓴다. “비록 나이를 먹겠지만 청년 사역자라면 그들이 상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외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서양인 선교사가 조선 옷을 입고 우리말을 쓰고 개명했던 것처럼 그들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청년 스스로 움직여
우이중앙교회 청년부가 대학로 공연장에서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찬양집회. 우이중앙교회 제공

벧엘선교교회와 같은 지역에 있는 우이중앙교회는 인근 지하철역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그러나 불편함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 각지에서 청년이 모여든다. 청년부 담당 서정모(44) 목사는 “서울의 유명한 빵을 사려고 부산에서 새벽부터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요즘 친구들”이라며 “필요하다면 시간과 돈은 상관없다는 개념이 교회 선택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청년에게 다가가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무엇이든 물어목사’라는 쇼츠(짧은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영상은 기독교 관련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다. 현재 팔로워는 7000명 정도다. 코로나 이전 60~70명 모이던 청년부 예배는 현재 100명 정도 출석한다. 교회 전체 성도의 4분의 1이다.

서 목사는 “우리 청년들은 역동적”이라고 표현했다. ‘무엇이든 물어목사’도 한 청년이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그가 제작까지 담당하고 있다. 서 목사는 ‘기도하다가 혹은 뉴스를 보다가 떠오른 생각이 있고, 신앙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해보라’고 평소 청년에게 권면하고 그들은 주일 광고 시간을 그런 자리로 활용한다. 교회의 미디어 봉사 전도팀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서 목사는 “스스로 원해서 모였기에 헌신이나 희생의 강도가 세다”고 했다.

우이중앙교회 청년 봉사팀이 매년 실시하는 연탄 봉사 활동. 우이중앙교회 제공


서 목사는 주일 설교에 공을 들인다. 그는 “주일 하루 의무감으로 교회에 나오는 청년들에게 수련회 집회처럼 설교를 들려주자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한다”고 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그의 설교 스타일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올 때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 목사는 성도 무브먼트(운동)가 살아있는 교회를 꿈꾼다. 그는 “청년이 스스로 사역하고 이를 성공시키는 간증이 나오고 이것이 다른 친구에게 ‘나도 해볼까’ 하는 도전 과제로 이어졌으면 한다”며 “청년부는 한국교회 성장을 위한 인큐베이터이다. 이 영혼들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