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소송, 리니지M 이겼지만…재판부 "저작권 대상은 아니다"

이병준 2023. 8. 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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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사진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R2M’ 운영사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법원은 웹젠이 리니지M의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게임 구성요소를 무단으로 차용해 엔씨소프트에 피해를 입혔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 김세용)는 18일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웹젠은 R2M이란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광고·복제·배포·전송·번안해선 안 된다”며 웹젠은 엔씨에 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R2M의 서비스 강제 종료를 명한 셈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R2M의 월간 이용자 수는 6479명이다.

엔씨는 2021년 6월 웹젠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및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엔씨는 리니지M의 버프(게임 캐릭터 강화)의 일종인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캐릭터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 무게 시스템, 장비 강화 시스템 등을 웹젠이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웹젠 측은 그간 법정에서 “해당 요소는 다수의 게임에서 발견되는 게임 규칙”이라며 “전형적 표현 등에 불과해 창작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리니지M,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니다”


리니지M 캐릭터 선택 화면. 사진 엔씨소프트
재판부는 엔씨가 주장한 모든 요소들은 물론, 리니지M 자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무게 시스템은 게임 ‘넷핵’ 등의 기존 게임 규칙을 변형한 것이라는 얘기다. 해당 시스템이 게임 내에서 구현되는 방식 역시 다른 게임과 공통적이거나 전형적인 방식에 불과해 창작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엔씨는 리니지M의 유저인터페이스(UI)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리니지M에)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R2M은 리니지M의 각 구성요소, 선택·배열·조합과 구현 방식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며 “웹젠의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무단 사용으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각 구성요소엔 리니지M만의 특징적 요소도 상당 부분 존재하고, 기존 게임들에서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을 유사하게 구현한 게임은 리니지M을 제외하곤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2015년부터 약 7년간 리니지M 개발을 위해 약 1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고 한다. 리니지M은 출시 이후 꾸준히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2위를 지켜왔다.


“리니지M 명성 무단 편승…부정경쟁행위”


웹젠 게임 'R2M'. 사진 웹젠
재판부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R2M이 기록한 총 매출이 7939만달러(약 1064억 207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엔씨가 10억원만 청구한 만큼 10억원만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엔씨의 청구 금액을 넉넉히 초과하는 것은 명백하다”고도 했다.

엔씨 측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법정 앞에서 “이번 판결이 게임산업 저작권의 인식 변화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항소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웹젠 측은 R2M 게임 커뮤니티에 공지를 올려 “게임 서비스가 실제로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법적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소심 판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R2M의 서비스가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웹젠은 R2M 서비스 중지에 대해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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