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유리하게 증언해달라" 녹취록 나오자…이재명 태도 바꿨다
지난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받을 때, 검찰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뒷받침할 녹취록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녹취록에는 이 대표가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씨의 측근 김모씨에게 “재판에서 유리하게 증언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내용 제시되자 태도 바꿔 '자세한 해명'
이재명 대표는 2002년 KBS PD가 검사를 사칭해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과 통화·녹음하는 것에 가담하고, 허위사실을 신고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이 사안에 대해 “잘못한 게 없는데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 허위사실공표(공직선거법 위반)로 또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는 작고한 김병량 시장의 수행비서 출신이자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씨의 측근 김모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증언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올해 초 백현동 수사의 일환으로 김씨 집을 압수수색할 때 이 대표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포함해 3개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17일 이 대표 조사에서 제시한 것은 3개 중 세번째 녹음파일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올초 대장동 조사 때와는 달리, 이번 백현동 조사에선 서면진술서와 더불어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구술로 해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검찰이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문서 형태로 푼 녹취록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잠시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전까지 진술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게, 통화 당시 발언 맥락을 상세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씨와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진실을 말해달라’는 취지였을 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지난 15일 이 대표는 서면진술서 내용을 미리 공개했는데 위증교사 혐의 관련 내용은 없었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 전화를 받은 뒤 법정에 나가 실제로 이 대표에게 유리한 ‘거짓 증언’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2019년 2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이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이재명을 고소한 쪽에서 이재명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아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재명이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씨는 1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에서) 나한테 위증을 시켰다고 인정했겠나.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를 위증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검찰 "이 대표 진술, 모순되는 부분 있다"
한편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백현동 부지를 한꺼번에 4단계 용도 상향한 게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국토부 공문이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는 취지인 만큼 이 대표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그런 과도한 용도변경은 이재명 대표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인 김인섭씨 로비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18일 자정쯤 조사를 마친 뒤 “용도 변경을 조건으로 땅을 팔았으면서 용도 변경 전 가격으로 계약한 한국식품연구원이나 이를 승인한 국토부가 진짜 배임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주장이 이 대표 스스로 진술 신빙성을 흔드는 모순이라고 본다. 이 대표가 앞서 서면진술서에서 ‘용도변경의 혜택을 땅을 판 국가(식품연구원)가 차지했다’고 주장해 놓고, 조사 후에는 ‘용도변경에 따른 가치 상승분 반영 없이 민간업자에 땅을 판 식품연구원의 배임’이라고 주장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과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굳혔다. 수원지검의 이 대표 소환조사는 이르면 다음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다음달이 될 전망인데, 9월 1일 정기국회가 시작하면 ‘회기 쪼개기’를 할 수 없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김철웅·김정민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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