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없었던 청문회…이동관 "공영방송, 노조로부터 독립해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18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과거 언론장악 의혹과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이 주요 쟁점이었다. 송곳 검증을 별렀던 야당은 이 후보자를 향해 “언론장악 기술자” “권력을 이용해 자녀 학폭을 무마했다”고 몰아붙였지만, 이 후보자는 “그런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 조롱과 신경질적인 반응도 오갔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 간사 간 합의 불발로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없이 진행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기존에 제기된 의혹들을 뛰어넘는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그래서 여권에선 “야당의 실력이 밑천을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야당에선 "후보자가 너무 뻔뻔하다. 서글프다"(강득구 민주당 위원)는 감정 섞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모두 발언을 비롯한 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특히 “공영방송의 이름에 걸맞게 재원 운영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며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수 요소론 “노조로부터의 독립”을 꼽으며 "기대만큼의 공영성 확보가 안 된 것은 뿌리 깊은 노영방송 체질이 개선이 안 됐기 때문이다. 내 소신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노영방송? 대한민국에 노영방송이 있느냐”(민형배 의원)며 반발했다.
"자녀 학폭" 집중한 野…정치권 "결정적 한 방 없었다"
당시 피해자들이 쓴 진술서를 공개한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진술서엔 A씨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게임을 하고,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고, 매점에서 자신의 것을 사라고 강제해 돈을 쓰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밝혔다. 이런 의혹 제기에 이 후보자는 “그렇게 머리를 박게 하면 살아있을 수 있겠느냐”, “사실이 아닌 거로 안다”고 반박했다. “아들이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없냐”는 추궁엔 “(아들을) 열 차례 불러서 물어봤다”고 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발언한 것을 꼬집으며 “저는 자녀 학폭 만으로도 고위공직자 자격 박탈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추후 질의에 나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자식은 남’이라고 했다”고 비꼬았다.
이 후보자 아들의 학폭 의혹은 사건 발생 4년 후인 2015년, 서울시의회가 하나고 개교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을 조사하던 중 민주당 소속 시의원에 의해 최초 제기됐다. 하나고 교사였던 전경원씨의 제보에 따른 것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지난달 8일 입장문을 통해 “상호 간 물리적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방적 가해 상황은 아니었고, 당시 당사자 간에 이미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당시 진술서를 작성했던 B씨도 지난 6월 입장문을 통해 “본인을 ‘학교폭력 피해자’로 분류하지 말아달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당시 당사자가 의혹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민주당 의원들의 결정적인 추궁이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野 "언론장악 기술자"…李 "그랬다면 살아남았겠나"
이 후보자의 동아일보 후배 기자 출신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국정원 문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서는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한 적이 없다”며 “국정원 직원 파견은 수석이 동의 안 하면 안 되는데 (국정원 파견 직원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반면 이 후보자는 “제가 만약 (언론 장악)에 관여했다면 엄혹한 적폐 청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해명했다. 이병순 전 사장에게 전화한 적이 없다고 했고, 당시 청와대에 파견됐던 국정원 직원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때는 진짜 몰랐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언론장악 기술자’라며 비판한 야당에 대해선 “그 말이 나올 때마다 굉장히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방송 장악이 제대로 됐다면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고의 좌초설과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며 에둘러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억하겠지만, 현직 판사가 ‘가카새끼짬뽕’이라고 조롱하는 글까지 올렸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야당에서 “언론 장악”이라고 공격하는 당시 일부 언론협조 요청 건에 대해선 “‘스핀 닥터(spin doctor)’의 역할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핀 닥터란 정부 수반이나 각료들 주변의 홍보전문가를 일컫는 표현으로, 당시의 직책에서 당연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적극적으로 이 후보자를 엄호했다.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윤두현 의원은 “청와대 동정이나 정책과 관련해서 왜곡된 보도 또는 오해에 의한 보도가 있으면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뉴스에 대해선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文정부 땐 어땠나" 엄호 나선 與
이 후보자 본인이 지난 정부 공격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영언론사에 설치된 이른바 ‘적폐청산위원회’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이른바 ‘홍위병 운동’과 유사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며 “막후에 누가 있었는지, 누가 지휘하는 보이지 않는 손인지 사실은 알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위병’이란 중국 문화혁명 초기에 마오쩌둥의 이념을 선전ㆍ선동을 통해 관철하고자 조직한 학생 전위대이자 준군사 조직으로, 자신들에게 맞서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을 처형하는 등의 급진적 행태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2017년 9월 발생한 ‘강규형 전 KBS 이사 괴롭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KBS 언론노조원들이 강 전 이사의 자택과 직장 등을 따라다닌 것도 모자라, 집단 린치를 가해 강 전 이사가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필요하다면 다시 한번 재조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현 야권 인사들이 우위를 점했던 ‘5기 방통위’에 대해선 “특정 종편을 탈락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이는 점수 조작 사건은 중대 범죄행위였다”며 “6기 방통위에선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상혁 방통위원장 등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 2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안 의결=방통위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 해임안을 의결한다. 같은 날 KBS 남영진 이사장 해임에 따른 보궐이사 추천 건도 의결할 계획이다. 새 보궐이사로는 황근 선문대 교수가 거론된다. 방통위의 건의에 따라 윤 대통령이 새 보궐이사를 임명할 경우 야권 우위였던 KBS 이사회는 여권 우위로 재편돼 현 김의철 KBS 사장의 교체가 가능해진다.
김기정·정용환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침밥 먹을까? 잠을 잘까? 두뇌에는 이게 더 좋습니다 | 중앙일보
- 김연경 "나도 너 싫어도 참고 있다"…카톡 대화 폭로한 이다영 | 중앙일보
- 100세 광복군 "내겐 왜놈들이지만…이젠 같이 잘 살아야" | 중앙일보
- 尹 부친상 조문한 노사연…개딸들은 "국민이 우습냐" 공격 | 중앙일보
- "1건당 20만원" 조민 채용공고…"지원자 너무 많아 조기 마감" | 중앙일보
- 김한규 "부산엑스포 물건너가" 발언에, 與 총공세…속내는 복잡 | 중앙일보
- "검사 받아봐야 하나" 일본서 갑자기 늘어난 매독…한국은? | 중앙일보
- 한미일 정상, 중국 콕 집어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강하게 반대” | 중앙일보
- 사람 머리 쪼고 반려견 물고…도심 야생동물 잡으면 안된다 왜 | 중앙일보
- 신림 성폭행 피의자, 4개월전 '너클' 준비…피해자 현장서 심정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