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질병 ‘페스트’ 몽골·중국서 발생… 어떻게 감염됐나
지난 7일 중국에서 페스트 확진자가 최초 보고됐다. 5일 후인 12일 확진자의 남편과 딸이 추가로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몽골 보건당국도 지난 8일 수도 울란바토르시에서 페스트 확진자 1명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14일엔 의심 환자 3명이 추가됐다.
페스트가 이미 발병한 뒤인 9일 출국, 15일 입국한 몽골 여행자 이모씨(29)는 "몽골에서 페스트가 발생한지 전혀 몰랐다"며 "관련해 공항에서 안내판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했다.
헬스조선에서 취재한 결과, 현재 보건 당국은 몽골은 제외하고 중국 전체만 페스트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검역을 시행 중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페스트 검역관리지역 입국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예방수칙을 안내 중"이라며 "국자 중 최대잠복기인 7일 이내 병원을 방문하실 경우, 해외여행력을 의료기관에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으로, 14세기(1346~1353년) 유럽에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가 인류 최악의 전염병으로 꼽힌다. 손, 발 등 말단부 괴사로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흑사병(黑死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람이 페스트에 감염되는 주요 경로는 들쥐, 토끼, 마못 등 야생 설치류의 체액이나 혈액에 접촉하거나, 페스트균을 가지고 있는 쥐 벼룩에 물리는 것이다. 사람 간에는 거의 전염되지 않는다. 페스트는 크게 ▲림프절형 페스트 ▲패혈증형 페스트 ▲폐렴형 페스트로 나뉘는데, 이중 폐렴증형 흑사병 환자만 간혹 비말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번 몽골 페스트 확진자는 야생 설치류인 마못 고기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에서는 마못 사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 사냥까진 막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의학이 발전하고 개인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페스트가 사라졌다. 그러나 아시아, 북미, 아프리카 등에서는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페스트가 보고된 중국 네이멍구는 2019년과 2020년에도 페스트 확진자가 발생했었다.
림프절 페스트에 걸리면 2~6일 잠복기 후 오한, 38도 이상의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이 나타난다.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페스트균이 들어간 서혜부, 겨드랑이 등 신체 부위 국소 림프절에 통증이 생긴다. 패혈증형 페스트는 발열, 근육통, 구토, 복통, 설사 등 일반적인 패혈증 증상에 더불어 혈관 속 응고증이 발생해 출혈, 출혈성 반점, 팔·다리 괴사, 저혈압 쇼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송경호 교수는 "벼룩이나 포유동물에 물려서 발생했다면 대부분 림프절형 페스트로 발현된다"며 "섭취한 음식으로 걸리면 패혈증형 페스트와 같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벼룩이나 포유동물에게 물린 페스트 환자 중에서도 10~20%는 림프절형 증상을 건너뛰어 급격히 악화되는 패혈증형 페스트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가장 심각하고 드문 상태인 폐렴형 페스트는 갑작스러운 발열, 오한과 함께 기침, 가래, 흉통, 호흡곤란 등 폐렴 증상이 나타난다. 송경호 교수는 "급성 림프절형 페스트를 조기에 치료하지 않았을 때, 폐렴형 페스트로 진행할 수 있다"며 "1~2일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호흡기를 통해 사람 간 전파를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페스트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만 나을 수 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수 시간 내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보통 증상이 명확하고, 심각해 헷갈리지 않는다. 송경호 교수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나 벼룩이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에 있었고, 급성 발열, 근육통, 림프절염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페스트는 치료하지 않으면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최소 60% 환자가 사망하는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병원을 방문하면 항생제를 투약한다. 항생제를 투약하는 것만으로도 사망률을 15~20%로 낮출 수 있다. 송경호 교수는 "항생제는 퀴놀론계열 항생제,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열 항생제 중 일부, 테트라사이클린계열 항생제 등이 효과적이며, 모두 대부분의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항생제다"고 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페스트 환자나, 페스트에 감염된 설치류가 발견된 적이 없다. 여행 중에는 야생동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이·벼룩 등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야외 활동 시 긴팔, 긴 바지 등을 입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은 익혀서 먹고 야생 설치류는 먹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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