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공동위협에 적시 공조"…한·미·일 '공약 문건' 채택한다
한·미·일 정상이 18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역내 위기 상황이 발생하거나 3국 중 한 나라라도 안보 위협을 받을 경우 즉각적으로 서로 협의하겠다고 선언할 계획이다. 북한의 핵 도발 등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넘어 인도 태평양 지역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력 충돌 상황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 중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3국 정상은 한·미·일 (안보)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공약을 담은 별도의 문서를 채택한다. 이는 역내의 공동의 위협과 도전에 대해 각국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별도 채택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3국 공동의 비전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협력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에 더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문건을 별도로 채택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내에 공통의 위협 요인이나 도전 요인, 우리에 대한 도발이 일어날 경우, 3국이 ‘우리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면 같이 정보를 교환하고 메시지를 조율하고, 대응방안도 함께 협의한다는 문구가 공동 언론 발표문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3국의 즉각적인 협의 및 공조를 담은 해당 문구를 떼어내 별도의 문건으로 발표하는 것”이라면서다.
다만 해당 문안에서 위기나 위협의 예시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내’라는 표현은 통상 작게는 동북아, 크게는 인도 태평양 지역을 의미하는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물론이고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발생하는 위기상황까지도 협의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도 논의되는데, 역시 미·중 간 대립이 치열한 지역이다.
“즉시 협의…메시지·정책 조율”
이보다 10시간 30분 앞서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기자들과 전화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3국 정상이 위기 상황이나 3국 중 어느 한 나라의 안보에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련의 환경들에 대해 협의할 의무를 맹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역내에 비상사태나 위협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상호 협의하는 것”이라며 “어떤 메시지를 낼 지 정보를 공유하며 입장을 조율하고, 상호 정책을 취하는 것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관련한 함의를 묻는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언뜻 보기에는 3국이 동맹 간에 이뤄지는 상호 방위를 약속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와는 명확히 다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상호 방위는 동맹 중 어느 한쪽이 위협에 처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길을 열어 놓는데, 이와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군사동맹도, 집단안보체제도 아냐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아시아판 미니 나토’라고 반발하며 3국 안보 협력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비유했지만, 사실 이것도 정확하지 않은 개념이다. 3국 안보협력은 군사동맹이 아니며, 나토처럼 동맹을 기반으로 한 집단 방위 체제를 구성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새로운 문건이 기존의 미·일 동맹, 한·미 동맹 조약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또 어떠한 새로운 국제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3국의 안보 환경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다. 3국 중 한 나라가 위협받으면 우리 모두가 위협받는 것”이라면서도 “이는 공식적인 동맹 간의 공약이 아니며, 각국의 자위적 방어권도 저해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그간 미국은 한·일이 안보 협력의 수준을 높여 중국의 강압적 행위 등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일본과의 양자적 군사 협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지다. 국민 정서 상 이를 수용하기 어렵고, 자칫 정치적으로 ‘반일 몰이’의 빌미를 줘 오히려 양국 협력의 본질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구도 의무→공약 막판 바뀐 듯
정부의 이런 고민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라는 문건의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당초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그라운드브리핑에서 이를 “위기시 협의 의무(duty to consult)를 맹세하는 것(take a pledge)”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반나절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무(duty)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는다. 공약(commitment)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무’가 명시될 경우 위기 발생 시 군사적 자동 개입 등 불필요한 해석을 나을 수 있는 만큼 한국 측은 신중한 입장이었을 가능성이 크고, 막판까지 이뤄진 문안 조율에서 미국도 이를 받아들여 ‘공약’으로 합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그간 이런 문제를 소극적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긴밀하고 적극적으로 논의하자는 취지”라며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한 나라가 ‘이것은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협의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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