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발생시 즉시 탈퇴" 삼성, 6년만에 전경련 복귀 수순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재계 4대 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간판을 바꿔 다는 전경련은 이들 4대 그룹을 다시 회원으로 받아들이며,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서 위상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앓은 지 6년여 만이다.
18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전자·SDI·생명·화재·증권 등 5개 관계사에 “재가입 여부는 각 이사회와 경영진이 결정하라”면서도 ‘정경유착 행위 발생 시 즉시 탈퇴’ ‘운영·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날 준감위의 검토가 끝남에 따라, 삼성전자 등 5개사는 각각 늦어도 오는 21일까지 임시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회비 납부 등은 ‘대외후원금 지출’에 해당해 별도로 준감위에 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 가입·미가입을 확정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려를 먼저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각사가 (재가입) 결정을 했을 경우 ‘어떤 조건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날 삼성 준감위의 결정이 ‘4대 그룹 전경련 복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준감위는 지난 16일에 이어 이날 이례적으로 임시회의를 두 차례 열며 격론을 벌였다. 이날 회의에선 “전경련의 혁신안이 선언 단계라 실현 가능성과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같은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이찬희 위원장은 “만장일치를 이루는 과정에서 다소 격론이 벌어지고 이견을 좁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오는 22일 오전 임시총회를 열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한 뒤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한경연 회원사였던 4대 그룹에도 재가입 여부를 이날까지 밝히라고 사실상 통보한 상태다. 4대 그룹은 2017년 전경련에서 탈퇴했지만, 삼성(삼성전자·SDI·생명·화재·삼성증권), SK(SK㈜·이노베이션·텔레콤·네트웍스), 현대차(현대차·기아·현대건설·모비스·제철), LG(㈜LG·전자)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경연 회원 자격을 유지해왔다.
삼성 등 4대 그룹은 22일 임시총회에서 ‘한경협이 한경연의 회원 자격을 승계해도 된다’는 의사 표시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각 기업은 내부적으로는 재가입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달리 이사회 의결이 필요치 않아, 경영진들이 사내에서 의견을 취합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선에서 입장이 정리됐다고 한다.
재계 5위 포스코도 재가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달리 포스코는 한경연에서도 탈퇴했던 터라 회원 승계 방식이 아닌 신규 가입을 해야 한다. 전경련 측은 최근 포스코홀딩스에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에 함께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2차전지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는 최근 전경련에 회원 가입 신청서를 낸 상태다. 전경련은 이에 대한 잠정 승인 뒤 내년 2월 이사회에서 정식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주요 그룹이 한경협의 회비를 납부하고, 오너경영인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의 실질적인 한경협 활동 여부는 추후 혁신안 실천과 실질적 활동 모습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전경련은 미국상공회의소, 일본 게이단렌 등과 끈끈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미·중 갈등과 기업 유치 경쟁 속에서 4대 그룹도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석현·박해리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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