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징크스+주장의 부담' 극복해야 할 손흥민
[이준목 기자]
▲ 2023년 8월 13일 런던의 G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포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 |
ⓒ REUTERS/연합뉴스 |
한국 축구 대표팀과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토트넘은 오는 8월 20일 새벽 1시 30분(한국시간) 열리는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2라운드에서 맨유와 홈 개막전을 치른다.
토트넘은 앞서 브렌트포드 원정으로 치러진 시즌 개막전에서 무승부에 그쳤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팀의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은 손흥민은 아쉽게도 첫 캡틴 데뷔전에서 공격포인트와 팀승리를 이끌지는 못했다.
두 번째 상대인 맨유는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토트넘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맨유는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했고, 올시즌도 개막전에서 울버햄튼에 1-0으로 승리했다. 맨유는 올시즌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리버풀과 함께 유력한 '빅4'로 꼽히고 있다.
토트넘은 그동안 맨유에 약했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아홉 차례 맞대결에서 맨유를 상대로 단 1승에 그쳤다.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10일 리그전에서 6-1 대승을 거둔 것을 마지막으로 최근 5경기에서는 고작 1무 4패에 그치고 있다. 손흥민도 맨유전에서 통산 17경기나 나섰지만 불과 4골에 그치며 다른 팀들에 비하면 상성이 썩 좋지않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가장 최근 대결인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홈경기에서는 토트넘이 맨유에게 먼저 2골을 내주고도 후반 뒷심을 발휘하며 2-2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손흥민은 이날 맨유를 울리는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현재 맨유의 약점은 중원으로 꼽힌다. 앞서 1라운드에서도 승리는 맨유가 가졌지만 경기력은 울버햄튼이 더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울버햄튼은 맨유를 상대로 슈팅 숫자에서 23-16, 유효슈팅 6-3으로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
맨유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메이슨 마운트 등을 동시에 기용하면서 유일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가 커버해야 할 공간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울버햄튼은 마테우스 쿠냐, 마테우스 누네스 등이 빈 공간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역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의 선방과 울버햄튼의 아쉬운 골결정력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대량 실점도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손흥민처럼 뒷공간을 파고드는 데 능한 민첩한 침투형 공격수들이 많은 토트넘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만한 장면이다.
두 팀 모두 첫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라파엘 바란 등 수비수들이 골을 넣은 반면 공격수들의 활약은 실망스러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30골을 기록한 해리 케인의 공백이 아직 커보인다. 2021-2022시즌 EPL 득점왕 손흥민, 케인에 이어 최전방 주전 공격수자리를 꿰찬 히샬리송과 데얀 쿨루셉스키 등의 조합은 완전하지 않다. 맨유 역시 지난 17골을 터뜨린 마커스 래쉬포드가 있지만, 신예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이 입단과 동시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양팀 모두 공격진이 불안정하다.
그나마 토트넘은 데뷔전부터 2도움을 올리며 창의성을 불어넣은 제임스 메디슨, 유망주 센터벡 미키 판더펜 등 이적생들이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증명한 게 위안이었다. 특히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의 관심을 받기도 했던 메디슨은 다음 맨유전에서도 중원 싸움의 성패를 좌우할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손흥민의 활용방식과 부활 여부다. 손흥민은 앞선 브렌트포드전에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슈팅도 2개 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등 부진을 겪으며 험난한 주장 데뷔전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에 앞서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의 EPL팀의 공식 주장을 역임했던 박지성도 2012-2013시즌 QPR의 주장 데뷔전에서 0-5로 참패하는 악몽을 겪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탈장 증세와 안면 골절 등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의 여파로 슬럼프를 겪었다. 올시즌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되면서 내심 명예회복을 기대했지만 브랜트포드전의 부진에 대하여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의 슬럼프가 여전히 지난 시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보내고 있다.
득점의 첫 물꼬를 빨리 트는 게 중요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는 9라운드 레스터시티전에서야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골가뭄을 탈출할 수 있었다. 현재 EPL 통산 103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맨유전에서 한 골을 더 추가하면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103골)를 넘어 첼시의 레전드인 디디에 드로그바(은퇴·104골)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또한 손흥민은 독일 시절을 포함하여 유럽 통산 13시즌간 537경기를 뛰면서 194골(정규리그 144골·컵대회 21골·유럽클럽대항전 29골)을 쌓아올리며, 대망의 '유럽 200골' 고지 신기록에도 불과 6골만을 남겨두고 있어서 이번 시즌 내에 대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EPL로 국한하면 통산 268경기에서 103골 52도움을 기록중이다. 손흥민이 큰 부상없이 시즌을 완주한다면 이번 시즌내에 통산 300경기 출장도 바라볼 수 있다. 한국인 선수가 유럽 단일리그에서 300경기 이상을 출장한 것은 1970~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차붐' 차범근이 세운 308경기(98골)가 최다 기록이다.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더 이상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을 전술적으로 왼쪽 윙이 아닌, 골문에 가까운 최전방에 위치하여 그의 공격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히샬리송과 쿨루셉스키는 모두 케인만큼의 정통 원톱 역할이나 득점력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손흥민은 그동안 케인이 없을 때 종종 최전방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무리뉴나 콘테처럼 수비적인 전술을 주로 구사하는 전임 감독들 사이에서 공격력을 억제하고 희생한 경우도 많았다. 이에 비하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유형의 지도자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손흥민의 완전한 스트라이커 전환은 시도해볼 만한 도전이다. 크리스티우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도 처음에는 윙어로 시작했으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중앙에서 득점에 좀더 집중하는 역할도 포지션과 플레이스타일을 변경했다. 손흥민도 30대를 넘겼고 예전처럼 신체능력에만 의존하거나 공수 양면에서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지는 플레이는 한계가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맨유전에서 '손흥민 활용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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