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값 50% 올라 1봉지에 1만5000원…배 값은 떨어졌다
“아침마다 사과랑 케일을 갈아 마시는데 지난달부터는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최근 동네 마트에 갔다가 사과 1봉지(5개)가 1만5000원인 것을 보고 그대로 과일 코너를 지나갔다고 했다. 점점 오르는 사과 가격에 매일 아침 먹던 착즙 주스도 사과에서 토마토로 바꿨다. 이씨는 “보통 5~6개에 1만원 정도였는데 너무 많이 올랐다. 내려갈 기미를 안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1년 전보다 사과값 50% 올라
장마와 폭염, 태풍을 거치면서 과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기후 영향으로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다음 달 추석 성수기를 앞둔 수요 증가로 과일의 가격 상승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눈에 띄게 가격이 오른 건 사과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사과(아오리)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10kg에 6만7180원으로 일주일 전(6만1920원)보다 8.5% 올랐다. 1년 전(4만2844원)과 비교하면 56.8% 비싸다. 붉은 사과인 홍로(10kg)의 도매가격은 1년 전(6만6188원)보다 47.9% 오른 9만7920원을 기록했다. 사과는 올해 초부터 이상 저온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지난해보다 전체 생산량이 약 2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복숭아 가격도 오름세다. 복숭아(백도) 도매가격은 4kg에 3만3400원으로 1년 전(1만9033원)보다 75.5% 올랐다. 복숭아는 냉해와 장마 피해로 다소 품질이 떨어졌다가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당도가 올라가 찾는 소비자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여기에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사과와 복숭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과수 농가 규모는 여의도 면적(290㏊)의 10배가 넘는 3042㏊로 파악됐는데 복숭아(1418.8㏊)와 사과(537.9㏊)를 경작하는 과수원에 피해가 집중됐다.
배 가격 소폭 하락…9월엔 오를 듯
하지만 다음달 추석을 앞두고 배 가격은 사과 가격과 함께 점차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추석에는 지금 많이 나오는 아오리 사과 말고 홍로가 주로 쓰이는데 다음 주부터 햇사과가 본격 출고될 예정”이라며 “전체 생산량이 줄어 홍로 가격 역시 낮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월 나올 햇배도 지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다만 전체적인 추석 상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와 배추, 양파, 마늘 가격이 지난해보다 저렴하고 한우, 돼지고기, 계란도 낮은 편”이라며 “닭고기와 사과, 배 정도가 비싸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추석을 대비해 물가 불안 요인에 선제적 대응하는 등 민생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며 “추석 성수품 수급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유통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할인행사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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