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도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필요합니다
[김재광]
▲ 교사의 교육활동 멈춤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도 함께 이야기되길 바랍니다. |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대다수의 노동에는 직무기술서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를 명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수한 일을 해야하는 교사의 노동에 대한 직무기술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교육청의 행정 업무 매뉴얼은 있지만, 직무기술서라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특히 생활교육이라는 일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을 어디까지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교과 및 생활교육으로 이뤄지는 상담 및 민원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이초 선생님이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노동에 대한 직무 분석이 필요하며, 분석된 직무 내용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교권 회복1), 다시 말해 교사의 교육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교권을 회복하자는 주장은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여 학생을 가르칠 대상으로 보는 학교로 퇴보시킬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학교는 학생을 존엄한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학생이 존재가 아닌 대상인 학교는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것이 두렵습니다.
서이초의 안타까운 사건, 교육 노동자의 '노동 안전'을 생각하는 계기로
교육 노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과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학교라는 일터의 위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더 나아가 연수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효성이 높은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교육 3주체(학생, 학부모, 교사)가 교육 노동의 기준을 잘 인식한 상태에서 부당한 업무지시 또는 악성 민원 및 교육활동 침해라고 판단된다면, 교사는 교육하는 일을 멈추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인해 건강에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교사의 업무는 교육 서비스직이기에 예외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사로서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나 상해 또는 스트레스 관리 등과 같은 내용의 안전보건교육도 받지 못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개정을 위한 교육노동자의 '교육활동을 멈출 권리'가 논의되길 바랍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슬픈 죽음은 교사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만큼은 땜질식 대책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됩니다. 교사들의 외침 속에 건강하게 일할 권리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어떤 노동자도 건강을 해치는 노동을 지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디 여러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멈춤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도 함께 이야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끝으로 서이초 선생님의 슬픈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1) 교권은 다양하게 이해되고 있다. '교육할 권리'라고 이해되기도 하고 '교사의 권위'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교육할 권리라고 이해되면 교사와 학생이 수평적 관계에서 학생의 배움이 강조된다면, 교사의 권위라고 이해하면 교사와 학생이 수직적 관계에서 교사의 가르침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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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쓰신 김재광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이자 현직 중학교 교사이십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9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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