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산불 덮친다, 도시 2만명 통째 대피…캐나다 비명
캐나다에 전례없는 산불이 계속 발생하면서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캐나다 북서부 노스웨스트 준주(準州) 삼림이 불타오르면서 17일(현지시간) 주도인 옐로나이프의 모든 주민 2만2000여명이 긴급 대피에 나섰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번 주말 도심까지 산불이 번질 가능성이 높아 현지 당국은 초비상사태다.
이날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옐로나이프의 주민 2만2000여명이 산불을 피해 남부 앨버타주로 한꺼번에 대피하면서 이 지역의 유일한 고속도로가 자동차 행렬로 꽉 막혔다. 또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수천여 명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몰리면서 공항 일대는 북새통을 이뤘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산불이 옐로나이프 인근까지 번진 것은 지난 14일이다. 이후 16일 저녁 강풍이 불면서 산불이 옐로나이프 북쪽까지 뒤덮었다. 현지 행정당국은 곧바로 모든 주민들에게 18일 정오까지 앨버타주 북부 대피소 등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캐나다에서 올해 산불로 주도나 중심 지역의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소방당국 책임자 마이크 웨스트윅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서 이런 산불을 본 적이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이 세서 피난민이 몰린 고속도로까지 산불이 확산될 수 있어 걱정"이라며 "비가 오지 않으면 이번 주말 화마가 도심까지 덮칠 수 있으니 빨리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캐나다 소방 인력만으로는 이번 산불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다. 화재 발생 지역 곳곳에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지에서 온 소방관 3400명 이상이 배치됐다.
캐나다는 지난 4월부터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약 10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총 17만명이 대피하고 1034만 헥타르(ha)의 산림이 소실됐다. 지난 10년간 연간 산불 평균 피해 면적의 7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스웨스트 준주는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삼림 지대라서 산불 피해가 큰 상황이다. 현재까지 236건의 화재가 발생해 210만 헥타르(ha)가 불에 탔다. 이는 지난 50년간 이 지역 연간 평균 산불 피해 면적의 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연기가 미국 뉴욕, 워싱턴DC 등 미국 중북부와 오대호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이 지역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해 관계 당국이 공기질 경보를 발령하는 등 부수적인 피해도 커졌다.
캐나다 산불 시즌은 통상 4~9월, 앞으로 한 달 넘게 산불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여 피해 상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의 국립공원에서도 지난 15일 밤 산불이 발생했는데, 현재 통제불능 상태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올해는 남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프랑스, 북아프리카의 알제리·튀니지 등 지중해 연안 국가와 캐나다 전역, 미 하와이 등에서 거대 산불이 유독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섭씨 40도가 넘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수분이 말라 건조한 지대가 늘었고, 뜨거운 바람까지 불면서 지구촌 전역의 산불 발생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식 중 흘러내린 드레스…‘우영우’ 그 사건, 실제라면? | 중앙일보
- "1건당 20만원" 조민 채용공고…"지원자 너무 많아 조기 마감" | 중앙일보
- "강간하고 싶어서 했다" 신림동 성폭행범의 자백 | 중앙일보
- 아들 죽자 54년만에 나타난 엄마 "사망보험금 다 타먹을 것" | 중앙일보
- 단 5벌 옷으로 '법정' 뒤집어놨다…이 배우의 '은밀한 럭셔리' | 중앙일보
- 부모보다 첫경험 늦다고? Z세대가 섹스 대신 택한 것 | 중앙일보
- "빈 통장 넣어도 150만원"…소문난 ATM 앞 대기줄 늘어섰다 | 중앙일보
- 대학에 60억 기부한 미혼 여성…"유산 내놔" 오빠·동생 돌변 | 중앙일보
- '7만원 독일제'에 당했다…냉기 안 나오는 에어컨, 소비자 분통 | 중앙일보
- "방귀 냄새 해결해 달라" 코레일 직원 '빵' 터뜨린 황당 민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