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통합” 외친 DJ 추도식…이재명만 “검찰의 공포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다른 정치권 인사들이 DJ의 ‘통합’ 정신을 기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무법적인 정권의 폭력적 통치가 국민과 나라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며 “혹독한 고난도, 매서운 시련도 인내하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투쟁하던 강철 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의지를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전날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13시간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대표는 추모사에서 “검찰 정권의 공포정치에 민주주의와 법치, 정의가 실종됐다”고 거듭 강조하며 “5번의 죽을 고비, 오랜 수감과 망명이라는 풍파 속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인동초 정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운명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는 지금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벽에 대고 소리라도 치라’ 하시던 대통령님의 간절한 당부를 다시 떠올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와 달리 다른 인사들은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첫 번째 순서로 추도사에 나서 “김대중의 정치는 통합과 협력의 정치, 화해와 미래로 가는 정치였다. 김대중 식 큰 정치가 한없이 그립다”며 “저도 대통령께 배운 그대로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도 인사말을 통해 “내년은 김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으로 아버님의 뜻을 담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 통합과 평화를 바란 아버님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앞서 추모사에 나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김 전 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모범을 보여 국민 통합을 위해선 과거의 악연도 초월하는 결단을 보여줬다”며 “우리 정치가 이런 빛나는 업적을 되새길 때로, 저와 국민의힘도 발자취를 잘 새기며 큰 정치를 복원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부각하기 위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께서 한·일관계 정상화의 많은 장벽을 과감한 결단으로 허물고 커다란 업적을 만드셨다”며 “친일과 반일의 낡은 이분법을 깨시고 미래지향적인 길로 나아가셨던 결단이 우리 정치에 많은 걸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전직 대통령 자제들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 EG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김영삼 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인 노건호 씨가 참석했다. 박 회장과 노 이사장이 김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제들은 최근 정례 회동을 하며 “통합, 연대의 시대정신을 확장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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