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먹을 것"...50년 연락끊은 생모 '6대 4' 법원 중재안도 거부
50년 넘게 아들과 연락을 끊고 살다가 사망 보험금을 받겠다고 소송에 나선 80대 친모가 "딸과 보험금을 나누라"는 법원의 중재안을 거절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2-1부는 최근 고(故) 김종안 씨의 친모 A씨에게 아들의 사망 보험금 중 일부인 1억원을 A씨의 딸이자 고인의 친누나인 김종선 씨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이는 수협이 법원에 공탁한 김종안씨의 사망 보험금 2억 3000여만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A씨는 최근 법원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한 법원의 중재안을 거절한 것이다.
김종안 씨는 56세이던 2021년 1월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됐다. 사고 이후 고인 앞으로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원과 선박회사가 제시한 합의금 5000만원 등 3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다.
행정기관을 통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된 A씨는 민법의 상속 규정을 내세우며 보상금을 전부 본인이 갖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김종안씨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지난해 12월 1심에서 승소했다.
친모 A씨는 지난해 4월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 “꼭 사망보험금을 다 타 먹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자식들을) 버리고 간 건 아니다. 나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도리를 다 하셨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혼자 컸나”라며 “자기는 나한테 뭘 해줬나? 약을 한 개 사줘 봤나, 밥을 한 끼 해줘 봤나. 나는 (사망보험금) 꼭 타 먹을 거다. 나도 자식들한테 할 만큼 했다. 나를 죽으라 하지만 안 죽을 거다. 우리 아들 돈 좀 쓰고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국회 소통관에서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종안 씨 누나 김종선 씨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친모는 3남매 중 막내인 동생이 2살 무렵에 가족을 떠나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오빠가 1999년 교통사고를 당해 41살 나이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을 통해 연락을 받았지만 오지 않았는데, 이제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에게 유산이 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다. 가수로 활동했던 구하라가 고인이 된 후 오빠인 구호인 씨가 ‘어린 동생을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동생이 사망하자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한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김종선 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영교 의원과 법무부가 관련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아직까지 계류 상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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