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팬데믹, 약자에게 더 끔찍했던 3년

박준이 2023. 8. 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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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대형 재난은 한 사회의 기반을 뒤흔들거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고립되었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재난을 기록하는 일이다.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가 드러냈던 것 중 하나는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수많은 약자들이 처한 무방비한 현실이었다.

저자는 팬데믹 이후의 사회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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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속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한 이들
마스크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아
코호트 격리는 성공한 대책이었나

역사 속에서 대형 재난은 한 사회의 기반을 뒤흔들거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고립되었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재난을 기록하는 일이다.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가 드러냈던 것 중 하나는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수많은 약자들이 처한 무방비한 현실이었다. 5인의 저자는 각자의 관점에서 지난 3년간 코로나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빈틈을 기록하고, 찬찬히 마주한다.

바이러스는 인종과 성별에 따라 대상을 차별적으로 감염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재난의 위험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다가오지 않았다. 1350년 유럽 전역을 초토화시켰던 흑사병, 1918년 스페인독감 등 대형 재난 이후의 수많은 연구들은 부자보다는 빈자가, 백인보다는 유색인종이, 사회적 권력과 자원을 덜 가진 이들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는 수치를 보여주었다. 저자는 팬데믹 이후의 사회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한다.

한국에서 팬데믹 상황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들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였다. 팬데믹 초기 장기 체류 이주민들은 외국발 바이러스의 보균자 취급을 받으며 혐오의 대상이 된다. 공공시설에서 이주민들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일터에서 이주민들의 외출을 막는 일도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주민들은 코로나 팬데믹 방역 대책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적 마스크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이주민만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당시 국내 체류 외국인의 40% 이상은 건강보험 미가입자였다. 재난지원금과 긴급 생활지원비 지급도 외국인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지원을 받는 경우도 한정적이었다고 한다.

중증 장애인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더 가혹한 삶을 마주해야 했다. 집단 감염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실시된 '코호트 격리'는 폐쇄 병동, 장애인 거주시설 등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삶을 위협했다. 실제 대규모 장애인 거주 시설 거주자 절반 정도가 코로나에 감염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감염 요인을 차단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폐쇄된 장소로 장애인들을 밀어 넣게 된 셈이었다. 시설 내 거주자 간 거리 유지도 충분히 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미 감염자들이 거주하는 공간 속에선 전염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아파도 쉴 수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팬데믹으로부터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팬데믹 초기 확진자가 집단 발생했던 곳은 부천 쿠팡물류센터와 구로구 콜센터였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이 어려운 노동 환경이거나 병가와 상병수당 등 기본적인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용불안과 과노동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들 역시 코로나에 걸려도 출근을 해야 했다. 이 밖에도 재택근무, 학교 휴업 등의 상황 속에서 돌봄 노동 비중이 늘어난 여성들도 안전과 커리어에 있어 큰 타격을 받았다.

우리는 지난 3년간 겪은 코로나 팬데믹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국가와 국민 모두가 합심해 다른 나라에 비해 사망률을 낮추고 비교적 빠르게 집단 감염에 대응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을 살아가던 누군가에게는 지난 3년이 끔찍하고 참혹했던 시간이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언젠간 또다시 재난을 마주할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김승섭,김사강,김새롬,김지환,김희진 지음 | 동아시아 | 324쪽 | 20000원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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