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검찰 수사 잘 못했나 보죠?" 방송장악 의혹 부인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아들 학교폭력, 언론장악 의혹에 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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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으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야당의 거센 사퇴 요구에도 물러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금이라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자진 사퇴할 생각 있느냐?"라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도리어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 보겠다"라는 식으로 조롱성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과거 국가정보원이 KBS와 MBC 등 공영 방송 장악을 자행한 문건들을 내보이며 이 후보자를 비판했다. 해당 국정원 문건 중 상당수가 '홍보수석실 요청'이라고 쓰여 있는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동관 후보자는 당시 홍보수석비서관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좌편향 진행자 퇴출' 보고서가 "모니터 수준"이라는 이동관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 가운데 (청와대 대변인실이나 홍보수석실이) 보고 받거나 요청했던 문건들이 30여 건 발견이 됐다. 그 가운데서 실제로 실행이 확인된 것들만 골라내니까 9건 정도가 확인됐다"라며 "알고 계시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동관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서 그런 보도가 나온 것을 보았을 뿐"이라며 "저는 사실 당시에 대변인 때도 홍보수석 역할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던 때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일상적인 보고들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거의 본 일이 없다"라며 "저는 중요한 정말 사안이 있으면 대체로 대통령한테 하루에 몇 번씩 만나는 사이에서 직보를 했지, 보고서를 갖고 보고한 일이 거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꺼내 들었다. 해당 문건은 2009년 12월, 이동관 '홍보수석 요청'으로 작성·보고된 문건으로 "좌편향 진행자 퇴출 및 고정 출연자 교체 권고" 계획을 담았다. 특히 문건 내에 "악의적 멘트로 여론을 선동한다"라고 지목된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우리는'의 경우 이후 실제로 진행자가 교체됐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문건을 들어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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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파견 직원이 와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홍보수석실에도 누가 한 명이 와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나중에 알았다"라며 "저는 당시에는 몰랐다. 진짜"라고 항변했다. "본인 직원들이 누구인지 모르시느냐?"라고 고 의원이 반문하자, 이 후보자는 "당시 대변인실 홍보수석실 직원이 80명이 넘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행정관을 일일이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특히 해당 문건에 대해서도 "글쎄 모니터 보고서 수준의 것이 아닌가"라며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좌우간 저는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할 뿐만 아니라, 홍보수석실 내에서 (내가 지시했다고) 증언을 했거나 재판 과정에서 이야기한 사람이 없다"라고도 말했다. 고 의원이 "MB 정부 시절에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런 정도의 모니터를 하셨군요"라고 비꼬자, 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대신 그는 "입증이 되려면 계획(부터) 지시(까지) 일관된 뭐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무슨 그런 (게 없지 않으냐), 보고서가 있고 결과가 있으니까 이거(언론 장악 지시)라는 것은 비약"이라고도 말했다.
이후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고민정 위원 질의 과정에서 '홍보수석으로 바빴기 때문에 밑에서 그런 것들을 하는 것을 잘 몰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그 당시 홍보수석이라고 하면 밑에 직원들이 하는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지요. 방송에 개입해서, 언론에 개입해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동관 후보자가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국민일보>에 전화했던 사실도 상기시켰다.
▲ 청문회 나온 이동관 후보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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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의원 역시 "이렇게 많은 문건이 현실로 존재하는데 이걸 본 적도 없고 관여한 바가 없다는 말씀이신가?"라고 재차 캐물었다. "방송 편성에 관여한 적 없느냐? 진행자 교체랄지 그런 적 없으신가?"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정확하게 제가 지시를 했거나 말하자면 결과 보고를 받은 일이 없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편성에 개입했다면 "어디서이건 드러났겠다"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작성한 국정원 수사 보고서를 근거 삼아,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지적했다. 당시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이 "홍보수석 이동관과 김재철(당시 MBC 사장)의 친분을 알고 있고, 이동관이 김재철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을 했다"라고 밝혔으나, 이 후보자는 "(국정원이) 예상은 했는지 모르겠는데 전달받은 바 없다"라고 답했다.
국정원 MBC 담당 정보 수집관이 "민감한 내용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만 보고 됐다"라고 주장했으나, 이동관 후보자는 "(국정원) 정보 수집관이 외람된 말씀이지만 청와대 홍보수석한테 보고를 어떻게 하느냐?"라며 직접 보고 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수사 보고서는) 엄밀히 말하면 수사를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인데, 아무것도 입증된 게 없다"라며 "하여튼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못 했나 보지요?"라고 되물었다.
민 의원은 이동관 후보자가 대변인이던 시절 작성한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보고서를 지적했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에게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박보균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에게 직접 전화해 '격려'하라고 리스트를 만들어 올린 것이다. 우호 매체를 당시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관리'한 셈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이런 정도가 특별히 무슨 대단한 문건이라고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느냐?"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이런 정도 협조 요청하는 것은 사실은 기본 직무"라고도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대통령께서 언론사 사장하고 통화하면 안 되느냐?"라고 반문하며 헛웃음을 보였다. 검찰총장 후보자 세평을 수집해 보고한 것을 두고도 "검찰총장에 대해서 언론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거 해가지고 문제되느냐?"라고 반문했다.
인사청문회 의사 진행을 맡은 장 의원은 다른 의원들의 질의 도중임에도 "아니 문건 자체를 왜곡해도 유분수지 말이야"라며 대놓고 야당 의원의 질의를 비난했다. 이 후보자 역시 "답변할 가치를 못 느껴서 안 한 것"이라고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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