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유했다고?"…김성태, 이화영 전 변호사 '명예훼손' 고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소동을 일으킨 뒤 사임한 김형태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전 회장 측은 김 변호사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 16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문제삼은 건 김형태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허위진술을 해달라’고 이 전 부지사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의견서에는 또 “과거 이재명 사건 2심 재판부에 로비를 한 사실 등을 모두 폭로하겠다고 이화영 전 부지사를 압박하고 회유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허위 사실을 기재한 증거의견서를 유포하면서 내게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마치 내가 이화영을 협박·회유한 것처럼 보도되게 했다”며 “과거 이재명 재판 당시 로비 등 김 변호사가 의견서에 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와 관련해, 이화영 피고인은 본인과 전혀 상의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이화영 피고인은) 심지어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의견서를 처음 본다는 입장을 밝혔고, 재판부도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9년 5월12일 중국 단둥 회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북측 인사들이 지난 2019년 5월12일 중국 단둥에서 협력방안 회의를 갖고 있다. 2019년 5월 국외출장보고서 발췌

김형태 변호사는 지난 8일 이화영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등 사건 42차 공판에 변호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의견서엔 “김성태가 피고인에게 ‘허위 진술을 하지 않으면 과거 이재명 재판부에 로비한 사실, 김용을 통해 이재명에 후원금을 기부한 사실, 이해찬과 조정식 등 이재명을 도와주고 있는 ‘광장’이라는 조직에 비용을 댄 사실 등을 모두 폭로하겠다’고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법정에서 김 변호사는 재판부에 증거의견서와 재판장 기피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이 전 부지사가 본인이 아니라 법무법인 해광 서민석 변호사의 조력을 받겠다고 하자 갑자기 사임계를 제출하고 퇴장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 취재를 하던 기자들에게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를 건넸고, 일부 언론은 김 변호사 의견서에 적힌 내용을 보도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독자 제공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2020년 이재명 대표의 대법원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때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자금 등을 횡령하고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방북비용 300만달러와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 고위급 인사들에게 건넨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지난 2월 3일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계열사에서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전 부지사 재판은 본인과 부인 백정화씨와의 견해차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