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나이 들 수록 표현의 영역 넓어져 즐거워" [D:인터뷰]

류지윤 2023. 8. 1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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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인 주지훈은 배우로 전향할 때 큰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영상 매체를 자주 접하며 자라지도 못했다. 2005년 MBC '궁'을 끝낸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이 많아 스스로 창피함을 느꼈다. 그래서 무섭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예술 영화 DVD를 사서 시청하고 책을 읽으며 불안을 자신감으로 메워나갔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온 2023년,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오랜 시간 배우 생활을 하며 모든 작품에는 미덕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영화 '비공식작전'은 주지훈에게 이야기의 중요성의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고, 촬영의 모든 날을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어 준 소중한 작품이었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 영화다. 주지훈이 연기한 판수는 월남전을 겪은 후 이방인이 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이다. 화려한 옷차림, 어디서든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센스, 능청스러운 성격까지 판수의 캐릭터를 꼼꼼하게 체크해 외형과 내면을 채웠다.

"판수는 월남전 갔다가 해외에서 사기도 당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전전하다 레바논에 흘러들어간 전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 때 동양인이 언어를 잘 하는 건 특별한 일이었을 거예요. 생활력이 강해 택시 기사를 하면서 열심히 사는 친구였을 겁니다. 그 때 동양인의 외관은 손님들의 주목을 받았을 테고요.그걸 캐치해서 더 화려한 옷을 입고 택시도 엄청 꾸며놓은 거죠. 그런 식으로 판수의 디테일한 설정을 잡아갔어요."

주지훈은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김성훈 감독과 '비공식작전'으로 다시 만났다. 상대 배우 하정우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며 '신과 함께' 시리즈로 손발을 맞춰 본 사이다.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작업은 언제나 편안함과 확신으로 이어진다.

"제일 좋았던 건 서로가 서로의 취향과 기조를 알다 보니 의사소통 하는게 유연했어요. 언어가 다르면 나의 선의가 상대방의 선의가 아닐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감독님 디렉션 말고 다른 버전으로 해볼까요?'라고 난 좋은 의도로 말했는데 상대방은 무례하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나의 의사를 자유롭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현장이니 연기 외에는 외부요인을 신경 쓸 일이 없었어요. 몸은 고생스러운데 내면은 편했달까요." (하)정우 형은 '신과 함께'도 그렇고 '비공식작전'도 그렇고 내가 생각했던 연기가 아닌 현장에서의 상황 대처나 적응력이 놀라울 때가 있어요. '아 저래도 되는구나'로 이어지는 긍정의 놀라움이죠."

다만 하정우와의 호흡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익숙한 그림으로 새롭지 못하다는 평과 하정우, 주지훈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합이 즐겁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주지훈은 부정적인 반응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배우의 연기보다 이야기가 더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버디무비를 보면 캐릭터가 돋보이잖아요. 그래서 연출가가 인물에 기대는 경우가 많아요. 배우들의 연기로 끌고 가니 예산도 크지 않고요. '비공식작전'은 그런 영화들과는 달라요. 캐릭터 무비 같지만 인물 중심이 아닌, 국가와 국가 간의 이야기죠. 개인적으로 이건 인물이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신과함께’와 ‘비공식작전’은 장르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어요. 두 배우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다를 거란 믿음이 있어서 부담은 없었어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잖아요."

주지훈이 선보이는 극 중 카체이싱은 '비공식장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갱단의 총격을 피해 모래 바람이 날리는 비포장 길은 물론, 차 하나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에서도 운전대를 잡고 액셀을 밟는다. 이 장면은 21회차 끝에 완성된 장면이다.

"실수로 박거나 부딪치면 뒤에 탄 사람이 다칠 것 같아 부담스러웠어요. 뒤에 정우형은 하얗게 질려있었고요.(웃음) 이 영화는 서스펜스를 줄 수 있는 장치가 많지 않아서 자동차 신이 중요했어요. 차가 빠르지도 않고, 초능력자가 나오지도 않아요. 기껏해야 총질 몇 번 하는데 민준과 판수는 민간인이잖아요. 그들은 두려워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정을 카체이싱을 통해 장르적 쾌감을 주신 것 같아요. 무려 21회차에 걸쳐 찍었어요. 집착과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정말 멋진 신이죠."

올해 주지훈은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하이틴 스타로 시작해 충무로의 40대 간판 배우가 된 주지훈은 경험과 나이가 쌓일 수록 배우로서 표현할 것들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새로운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를 촬영하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지금 '비공식작전'에서는 후배고 막내지만, 지금 찍는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25살의 추영우와 함께 호흡을 맞춰요. 상대적으로 제 얼굴에 삶이 보이더라고요. 하하. 추영우는 그냥 예쁘고 잘생겼어요. 아이스크림 사주고 싶더라고요. 결국 그게 관객의 시선인 것 같아요. (정)우성이 형, (이)정재 형이 '헌트'를 멋있게 찍었고 관객들이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실제 나이가 많다고 불편해하지 않잖아요. 저는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일은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져서 좋아요. 외형을 떠나서 켜켜이 쌓인 경험 등이 연기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의견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제안도 할 수 있고요. 저는 그런 생각을 더 할 수 있는 게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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