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비극 끝나지 않았는데…투기꾼 잿더미땅 노린다
미국 하와이의 마우이 섬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열흘째인 17일(현지시간) 사망자가 111명으로 늘었다. 숨진 사람 중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DNA 감식 등으로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9구뿐이다.
화재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실종자가 여전히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주민이 여전히 100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산불은 거의 진압됐지만,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 피해가 가장 큰 인기 관광지 라하이나 지역의 산불은 90% 정도 진화됐다. 인근 올린다·쿨라 지역의 산불도 80% 이상 꺼졌다. 하지만 불씨가 마우이 섬 곳곳에 퍼져 있어 현지 소방 당국이 완전히 진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경찰은 불에 탄 2000채 이상 건물을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피해 지역의 약 35%만 수색을 마친 상황이다.
발화 원인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현지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관리하는 송전선이 강풍에 끊기면서 일어난 불꽃이 산불을 일으켰다는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당 기업이 4년 전 송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알았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정황도 나왔다.
산불 발생 직후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관계자를 경질하는 결정도 나왔다. 헤르만 안다야 마우이 비상관리국(EMA) 국장은 산불 당시 재난경보용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주민들이 산 쪽으로 대피해( 피해를 키울까봐) 울리지 않았다”는 해명을 했다가 결국 17일 사퇴했다.
피해 복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지에 600명 이상의 직원을 파견한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마우이 섬에 첫 재난복구센터를 열었다. 라하이나의 일부 학교에선 수업이 재개됐고, 화재로 파괴된 학교의 학생들도 몇 주 안에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것이라고 현지 교육당국은 밝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린 주지사는 라하이나 일대의 토지 거래를 중단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도록 주 법무장관에 지시했다. 부동산 업자들이 잿더미가 된 땅을 싼값에 사려고 주민들에게 전화하는 등 투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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