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견제구 아랑곳 않고…이낙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앞두고 '존재감'

김은지 2023. 8. 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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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리더십 흔들리자 몸풀기 나서나
귀국 후 '지역 행보' 호남 2박 3일 일정
대중 강연 나서 '민주당다움' 강조하고
'제2의 DJ' 필요성 내세우며 광폭 행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아 전남 신안군 하의면 농민운동기념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사법리스크로 흔들리자 '대권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광폭 행보'에 들어갔다. 친명(친이재명)계의 견제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부터 10월에 구청장 보궐선거가 열리는 서울 강서까지 누비는 모습에, 이 전 대표가 '포스트 이재명 체제' 준비에 들어간 것의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 지역을 방문 중이다. 이는 지난 6월 귀국한 뒤 두 달만의 본격적인 지역 일정이자 정치활동 재개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 전 대표는 호남 방문 첫날이었던 지난 1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바람직한 혁신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길을 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도덕성 회복을) 해야 하는데 그쪽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특히 "(민주당이) 도덕성과 유능함을 동시에 갖춘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지금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2의 DJ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제2의 DJ' 역할론은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동맹국가·반도국가·통상국가라는 4가지의 숙명을 안고 있다"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각됐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대(對)중국·대러시아 정책이 보이질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주변 4강과 상대적으로 편안한 관계를 유지했던, 어느 쪽으로 극단적이지 않았던 DJ시대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국제 관계에서도 서생(書生)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 감각을 발휘했던 지도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DJ시대로의 회귀'를 주장한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신안 하의도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14주기 추모식에도 자리했다. 하의도는 김 전 대통령이 태어난 섬이다.

이처럼 DJ 서거 14주기를 맞아 호남 지역에서 '세력 결집' 행보를 구체화하고 '제2의 DJ' 등장 필요성까지 피력한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날에는 대중 강연에 나서 '민주당다움의 회복'이란 키워드도 꺼내들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전남 순천시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서는 "동지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민주당다움을 회복하리라 기대하고 싶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 끝에 귀가한 날이었지만,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다만 '민주당다움'이란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그로 인해 당이 처한 어려움을 저격한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1일에는 강서 지역의 호남향우회 간부급 원로들과 만찬 회동을 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를 두고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예비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선거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선거전 개입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정치 행위에 나서는 것이라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6일 오후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혁신의 필요성과 대한민국 외교정책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이른바 '명낙회동'을 가졌으나 이 대표는 단합을 강조하고, 이 전 대표는 혁신을 피력하며 '각자가 당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라는 입장차만 확인하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대표가 '포스트 이재명 체제' 준비를 방증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자, 야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높일 게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함께'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벌써부터 연속 견제구를 던지는 모습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 전 대표가 궐 밖 정승을 해선 안 된다"라는 쓴소리를 했다. 박 전 원장은 전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제2의 DJ가 필요하다는) 이 전 대표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라면서도 "궐 밖 대표 노릇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민주당원들은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손을 잡고 함께 투쟁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쟁 활동에 이재명 대표와 단결해서 나가야 한다. 그것이 DJ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결국은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하나의 힘으로 물줄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이낙연 전 대표도 같이 가고 모든 의원들이 같이 갈 때 내년 총선 승리가 (결국) 혁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번 호남 방문 외에도 최근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에 비공식 사무실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지는 이 전 대표의 행보는 가깝게는 22대 총선, 멀게는 2027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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