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ETF]신규 상장 건수 25%, 거래대금 200% 증가
ETF 일평균 거래대금 4조2253억원…지난해 말 2조804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순자산총액 100조 돌파한 ETF 시장, 2030년 300조 규모 예상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주·초전도체주 등 테마주 광풍이 거센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도 이에 못지않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상장 ETF 수와 거래금 모두 지난해 대비 크게 늘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신규 상장된 ETF는 94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71개)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ETF 전체 종목수는 지난해 말 666개에서 757개로 늘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2253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804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ETF 순자산총액(AUM)은 지난 6월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한 달 만에 3조원 넘게 더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103조9774억원으로 전월(100조7769억원)보다 3조2005억원 증가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05년 이후 해마다 신규 상장 종목수가 상장폐지 종목수보다 많아 종목수가 꾸준히 늘었다"면서 "월배당, 해외 지수, 금리물 등 다양한 상품을 앞세워 순자산 총액도 전반적으로 커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발 위기, 미국의 추가 긴축 등 우려로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올 들어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ETF 거래도 활발했다. 2020년 3조원대였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1년과 2022년 2조원대로 떨어졌지만 올해 다시 3조원대를 회복했다.
ETF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 편의성과 낮은 수수료, 분산투자 효과 등을 누릴 수 있어 ETF로 눈을 돌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누적 ETF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50%에 이르렀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접투자 수단으로서 ETF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거래의 편의성, 저렴한 투자비용, 공모펀드와 유사한 규제 체계 등에 따른 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한 ETF를 계속 공급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당겼다. 윤 연구원은 "점차 정교해지고 다양화되는 시장의 수요를 적절하게 반영한 게 ETF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TF 신규 상장 종목을 보면 경제 상황 등 변화에 재빨리 대응해 수요를 이끄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관련 ETF가 다수 상장됐지만 올해는 크게 줄었다. 대신 인도 관련 ETF 상장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커촹판(科創板) 관련 ETF가 여럿 상장됐고 중국 육성산업, 이차전지, 메타버스 관련 ETF가 주류를 이뤘다. 올해는 최근 상장된 KBSTAR 중국본토CSI300 ETF와 TIGER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 KOSEF 차이나내수소비TOP CSI 등 3개만 상장됐을 뿐이다. 올해 중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데다,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인도 증시의 우량주를 묶은 니프티5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신규 상장하며 중국 ETF를 대신할 투자처로 떠올랐다. 인도 니프티50 지수는 지난 3개월 동안 6% 넘게 올랐다. 2021년 붐을 이뤘던 메타버스 ETF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2개 상장에 그쳤고 올해는 신규 상장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상품 구성의 다양성도 눈에 띈다. 이자수익을 받을 수 있는 금리형 ETF 상장이 늘고 있다. 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한국 무위험 지표 금리(KOFR), 미국 무위험 지표 금리(SOFR) 등 특정 금리를 기초지수로 삼아 일정한 이자를 받는 ETF다. 지난해에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1개만 상장했지만, 올해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를 비롯해 6개가 상장했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리형 ETF에 관심이 커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CD 금리 등 현금성 금리형 ETF가 증시의 커진 변동성을 잠시 회피하는 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테마형 ETF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올 들어 이차전지 관련 ETF가 줄줄이 상장했다. 최근에는 바이오헬스케어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ETF가 잇따라 상장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근 테마·섹터형 ETF가 국내 주식형 ETF 전체 AUM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8%에 달했다. 2020년 말 20%에서 두 배 가까이로 확대됐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 규모가 더 크지만 최근 테마·섹터형 ETF 규모가 커지면서 영향력도 확대됐다"면서 "연초 이후 이차전지·반도체 종목의 주가 강세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기존 테마형 ETF의 보유자산이 증가했고 여기에 신규 테마형 ETF도 상장하면서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TF 시장의 주도 테마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커지면서 ETF 이름에 테마를 명시한 상품이 늘어나고 있고, 수급 또한 테마에 따라 좌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TF의 가파른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2030년에는 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재홍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발전 경로를 바탕으로 국내 ETF 시장의 향후 경로를 따져보면 성장, 배당 등에서 해외에서 검증된 지수의 지속적 도입과 분화, 성장기업에 대한 라인업 확대, 옵션 전략의 적극적 도입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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