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기 같은 S코스도 문제 없다, 46년 베테랑 운전수가 모는 청산 버스
[완도신문]
▲ 슬로시티 청산도에는 도청항에서 내리자마자 청산버스가 주민들을 맞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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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항에서 출발하여 원동마을을 찍고 다시 도청항으로 돌아오는 청산 버스는 오전, 오후 합쳐서 하루 8회 운영 중입니다.
많지 않은 배편 노선에 맞춰 청산버스는 주민들을 싣고 달립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할 때엔 마을버스에 몸을 맡겨 한 번 쯤은 쉬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도청항에서 버스에 몸을 맡겨봅니다. 버스는 46년 경력의 배테랑 김봉안기사님이 운전하십니다.
완도에서 장보고 돌아오는 주민들과 도청리에서 의원에 다녀오시는 어르신께서 먼저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출장과 마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행정차량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이 면장이 버스에 무슨 일로 탑승했는지 자못 궁금해 하십니다. 반갑게 두 손으로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의 사는 이야기, 손주 이야기, 건강 이야기, 듣고 나면 내가 청산에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굽이진 커브 길, 울퉁불퉁 도로 손 좀 봐주소"
좋은 얘기만 들어도 좋지만 마을 어르신들을 만난 김에 평소 불편사항도 함께 여쭤봅니다. 어르신들은 버스를 이용하시는데 굽이진 커브 길과 도로면 요철, 높은 방지턱 등 불편사항을 말씀하면서 꼭 정비해달라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어르신은 아주 큰 걱정이 생겼다고 "면장이 꼭 해결해야 쓰것소" 라고 하십니다. 평소 허리와 관절이 좋지 않아 의원에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는데 사정이 있어서 더 이상 현재자리에서 25일까지만 운영하게 되는데 의원이 없으면 어르신들이 많이 불편하다고 계속해서 의원이 운영하게 해달라고 하십니다. 사정을 알고 있어서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드렸습니다.
청산면 일주도로는 군 건설과와 지역개발과의 경제교통과의 협조를 받아 면에서 관리하는데 아직도 많은 손길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넘어오는 잡목 등은 청산면 경관팀에서 풀베기 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청산버스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슬로시티청산도 관광객들에게도 유용한 교통수단입니다. 당리 서편제 촬영장을 비롯하여 청계 범바위와 신흥리 해수욕장, 상서 명품마을 등 두루 돌아다니며 관광객들에게 청산의 자연경관과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관광객들 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교통수단이 되어줍니다.
원동리에 접어들면서 버스는 기다리는 승객에게 알리려고 경적을 울립니다.
"빵~~ 빵~~~~~~"
어렸을 적 마을버스에 대한 기억은 내고향 소안도에서 마을버스는 중학교때 처음 타보았습니다.
간선도로가 비포장도로여서 비가 많이 오면 진산재(미남재)가 진흙길이라 승객이 내려서 힘쎈 남성들이 버스를 밀어야만 할 때가 많았지요. 또한, 버스를 생각하면 걸어다니던 것이 부끄러워 안보이게 숲속에 숨었다가 지나가면 다시 학교를 향해 친구와 함께 달리던 생각이 먼저 드는군요.
버스비가 130원쯤 했던 것 같은데 커다란 찬합에 열무김치나 깍두기 반찬으로 버스비도 부족하고 한번씩 받는 버스비를 모아 핫도그 등 간식을 사먹기 위해 왕복 11Km를 달려다녔고 달리기 하나는 자신 있었습니다.
아련한 추억이지만 학창시절이 즐거웠습니다. 그때는 지금 소안여객을 운영하는 정상중선배님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버스비도 받는 차장 겸 기술도 배웠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만두신 이광래 선생님이 마의 미라안길 S자코스로 접어들면 차창너머 집 처마와 10cm도 안 떨어질 정도로 좁은길을 운전하시던 실력은 묘기에 가까웠습니다.
마을버스는 오래 연락이 닿지 않던, 마을 주민들 간에도 해후하여 담소를 나누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창문 밖 시원한 바람을 쐬며 안부도 묻고 이웃 간의 정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마을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청산도 곳곳을 다니며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마을 주민들의 추억을 싣고 달리는 청산면의 보물입니다.
이번 마을버스 탑승을 통해 청산의 교통편에 대한 의견과 개선할 점,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면민들과 함께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등 소중한 시간 또한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애용하시는 마을버스에서 자주 만나보겠습니다.
다음 순서는 군외면 전호용 면장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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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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