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의 '연매출 12조’ 꿈…승부수로 '3사 합병' 던졌다

이춘희 2023. 8. 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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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헬스케어 연내 합병
내년 중 제약까지 합병 마무리
내부거래·분식회계 등 논란 해소
매출 감소는 시너지로 극복
'장남' 서진석 단독 승계로
2세 후계 구도 재편 전망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20년부터 천명해 온 셀트리온그룹 내 완전 합병이 시작됐다. 내부거래 등의 리스크를 극복하고 ‘2030년 연매출 12조원’의 바이오와 합성의약품(케미컬)을 아우르는 글로벌 빅 파마(대형 제약사)로 나아가겠다는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셀트리온그룹이 발표한 합병계획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이번 합병은 진행된다. 합병가액은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연내 합병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중 셀트리온제약까지 2차로 완전 합병이 이뤄질 전망이다.

서 회장은 간담회에서 "3사가 동시 합병을 추진했을 때 절차 상 애로사항이 많고, 주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1단계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케미컬까지 아우르는 종합 제약회사로 보강"이라는 비전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서 회장이 2020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라도 합병하겠다"며 처음 공개됐던 3사 합병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이듬해 3월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유야무야되는 듯 했지만 지난 3월 서 회장의 전격 복귀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복귀 기자회견에서 서 회장은 "준비는 거의 종료됐다"며 합병 재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장은 매출 감소…리스크 극복·시너지 통해 '2030년 매출 12조' 목표

그러나 당장 매출 면에서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보다는 매출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합병 후 통합 셀트리온의 매출은 올해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해 셀트리온 2조284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조9722억원 대비 반토막이다. 이는 셀트리온그룹의 특이한 분업구조에 기인한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해 공급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을 맡는 구조다.

양사 간 직접 지분 관계가 없어 셀트리온의 의약품 공급 실적,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 약품을 판매한 실적이 따로 집계돼 별도 매출로 잡혀 왔다.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하게 되면 셀트리온의 의약품 공급실적이 상쇄돼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셀트리온그룹이 계속 '일감 몰아주기', '분식회계' 등의 논란에 시달려온 이유기도 하다. 동일 회사라면 생산 부서에서 유통 부서로 넘어갔을 뿐이지만 별개의 회사인만큼 별도 매출로 집계하는 상황이 일감 몰아주기에 가깝고, 재고자산의 가치 하락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합병이 이뤄지면 이 같은 논란은 일거에 해소된.

매출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시너지를 통한 매출 증가로 극복한다는 구상이다. 그룹은 2024년 매출 3조5000억원·상각전 영업이익(EBITDA) 1조6000억원을 달성하고, 2030년에는 매출을 1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특히 주력사업인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을 유지하되 신약 개발을 이어가 신약의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셀트리온의 '램시마SC(미국명 짐펜트라)'[사진=이춘희 기자]

그 선봉장은 '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다. 서 회장이 현지 의료진의 의견을 직접 듣고 기존의 정맥주사(IV) 제형만 있었던 인플릭시맙 의약품을 최초이자 유일하게 투약 편의성이 높은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 같은 장점을 고려해 셀트리온 측에 먼저 신약 허가 절차를 권유해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신약 브랜드명)는 약가가 최소한 4배 이상의 고가로 판매되고 15년간 특허로 보호돼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 인하로 인한 우려가 별로 없다"며 "2024년 7000억원, 2030년 3조원 이상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향후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이에 더해 내년 중 1차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는 면역항암제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등의 신약도 2030년까지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내놨다. 그룹의 주력 상품인 바이오시밀러도 지속적 사업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22개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 매출 7조원을 목표로 한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입가 이하로 판매할 수 없어 바이오시밀러의 공격적 대응이 쉽지 않았다"며 "합병으로 인해 공격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도 "공격적인 신약 및 신규 모달리티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바이오시밀러와 더불어 새로운 축을 담당하게 될 신약 사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청구권 리스크 없을듯…후계구도는 '장남 단일화' 전망

합병을 위해 넘어야 하는 가장 큰 고비인 매수청구권도 쉽게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하는 상법상 보장된 권리다. 그룹 측은 매수청구가격으로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 총 매수청구 한도는 양사의 합산 시가총액 중 약 3.2%에 해당하는 금액인 1조원을 설정했다. 소액주주들은 합병이 이뤄지면 총 매출이 줄어들면서 주가 상승 여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합병 반대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만약 한도를 넘는 청구가 들어올 경우 양사는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도 함께 공시했다.

하지만 이날 셀트리온 15만34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9500원으로 시가부터 매수청구가격을 뛰어넘은만큼 매수청구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서 회장은 "주가가 저평가돼있어 1조원이면 충분할 것"이라며 "1조원 이상 (청구가) 나왔을 때에 대한 대비책은 갖고 있다"며 설사 한도를 넘어서더라도 합병을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셀트리온제약도 전일 종가 대비 5.4% 오른 8만18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합병의 또 다른 포인트는 2세 승계다. 합병을 통해 자연스레 후계구도 재편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통합 셀트리온의 이사로 예고된 12명 중 사내이사 4명으로 서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는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 그리고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의 이름은 없었다.

현재 서진석 의장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에도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 합병으로 모든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게돼 단독 승계구도로 후계 구도가 바뀌는 모습이다. 서 회장이 직접 "큰 애가 많이 큰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서진석 의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것과 달리 서준석 의장은 지난 3월 실종 소동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서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해온 만큼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서진석 의장은 소유만 하는 구조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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