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신림동 사건…"묻지마 범죄가 아니다"

박현주 2023. 8. 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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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면서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 등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토오리마 사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2008년 6월 아키하바라 토오리마 사건인데 범인은 파견 노동자, 다시 말해 비정규직 노동자였는데 공교롭게도 범행 직전 해고 당한다"며 "범인은 재판에서 해고 당한 게 직접적인 범행동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경제적 궁핍을 겪으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져 나갔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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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국외대 교수, SBS라디오 인터뷰
범행동기 뚜렷한 성범죄는 묻지마범죄서 제외
"경기 침체와 연관성은 밝혀진 바 없어"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면서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 등에 주목했다. 공원 내 인적이 드문 길에서 피해자를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은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관계였다.

이 교수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나라에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나 합의된 정의가 없지만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 입장에서 성적 욕구 만족이라는 일차적 동기가 뚜렷하다. 보통 묻지마범죄는 동기가 불분명한 사건을 가리키기 때문에 이번 건(신림동 성폭행 사건) 같은 성범죄는 묻지마 범죄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40여년 전부터 묻지마 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른바 '토오리마 범죄'다. 이 교수는 "1981년 일본 경찰청에서 처음 토오리마 범죄에 대한 개념 정의를 내린다"며 토오리마 범죄의 네가지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범행이 사람 많은 곳에서 이뤄짐 ▲불명확한 동기 ▲범행 대상은 불특정인 ▲흉기 등을 사용해 위해를 가함 등이다. 일본에서도 성범죄는 토오리마 범죄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본의 통계를 참고했을 때, 묻지마 범죄와 경기 침체 간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이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토오리마 범죄가 14건, 그러니까 평년(연평균 6~7건)보다 두배 늘어났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기침체 때마다 토오리마 살인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오리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분석하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일본의 토오리마 사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2008년 6월 아키하바라 토오리마 사건인데 범인은 파견 노동자, 다시 말해 비정규직 노동자였는데 공교롭게도 범행 직전 해고 당한다"며 "범인은 재판에서 해고 당한 게 직접적인 범행동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경제적 궁핍을 겪으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져 나갔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범인은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갈등을 겪으며 사회적 고립 상태였다"며 "범행 직전까지 이성 친구는 물론이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나 직장동료가 한명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인터넷 게시판에 글 쓰는 것으로 사회와 소통해왔다"고 했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이 교수는 "2013년 일본 법무성의 연구결과를 보면 토오리마 살인 범죄자는 20·3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며 "범행 당시 무직이 80%, 일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16%. 그러니까 총 96%의 사람들이 사실상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수준을 보면 중졸이 63.5% 고졸이 19.5%로, 저학력자 내지는 등교거부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사례가 많았다"며 "대부분이 배우자나 이성친구, 친밀한 친구가 없다는 사람이 90% 이상이었는데,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고립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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