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헝다 파산보호 신청…부동산 폭탄 '째깍째깍'
중국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헝다그룹(에버그란데)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채무 변제를 위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다. 다만 법원이 헝다의 신청을 받아들여도 자금 상환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금융 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헝다 사태의 추이에 이목이 쏠린다.
"압류 피하자" 시간벌기 나선 헝다
글로벌 경기 침체 겹쳐 자금 조달 난항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다는 이날 미국 뉴욕 법원에 ‘챕터 15’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5는 외국계 기업이 회생 추진시 미국 내 채권자의 채무 변제 요구와 소송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규정이다.
헝다 계열사인 텐허 홀딩스도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헝다 측은 청원서에서 홍콩과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협상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채권자들은 이달 중으로 구조조정 협상과 관련해 승인 여부를 놓고 투표할 예정이며, 다음 달 첫째 주에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법원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헝다 측은 설명했다. 법원의 심리는 다음 달 20일 열릴 예정이다.
법원이 헝다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헝다는 미국 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을 보호하고 채권자의 강제 압류 등을 피할 시간을 벌 수 있게됐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개발업체 당대부동산(모던랜드차이나)도 지난해 2억5000만달러(약 3350억원)의 채권 상환 신청과 역외 부채 구조조정 추진 발표 이후 ‘챕터 15’를 신청했다.
다만 헝다의 시간 벌기가 승인된다 해도 급한 불을 끌 자금조달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헝다그룹의 전기차 자회사 에버그란데 신에너지차그룹은 두바이 전기차 기업 NWTN으로부터 5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 지분 27.5%를 NWTN이 매입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밝혀진 3300억 달러의 부채를 갚기엔 역부족이다.
헝다는 1990년대 중국의 부동산 붐을 타고 빠르게 성장한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업체로, 2010년대 중반에는 글로벌 순위에도 이름을 올릴만큼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21년 부동산 기업의 재무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자산부채비율 70% 이하, 순부채비율 100% 이하, 단기부채 대비 현금비율 1 이상의 조건 가운데 일부 또는 전체를 불만족할 경우 자금조달을 제한하는 이른바 ‘3가지 레드라인’이 발목을 잡았다.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헝다의 2021~2022년 2년 간 손실액은 5800억위안(약 107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3월에는 주식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민간에서 국영으로 위기감 확산
개발업체 국유화 속도내나
헝다의 파산보호 신청은 민간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키우고, 부동산신탁사인 중룽국제신탁이 자금 위기로 투자금을 투자자들에게 제 때 돌려주지 못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발 위기가 중국 경제 전반을 위협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향후 부동산 위기는 민간 부문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과 본토에 상장된 38개 국영 건설사 중 18개가 올해 1~6월 예비 손실을 보고했다. 이는 한 해 전보다 11개 증가한 것이다.
제르리나 정 크레딧인사이트싱가포르 수석 신용 애널리스트는 "중국 부동산 침체는 이미 정부와 연계된 대규모 개발업체를 포함한 모든 개발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실질적인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7월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신규 착공 면적과 준공 면적도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6.8% 줄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이번 위기를 중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진단도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사들의 채무는 주로 은행 대출, 채권으로 이뤄져 있어 피해 상대방이 명확하게 파악된다. 파생상품으로 구성돼 모기지에 투자하는 방식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와는 다르게 손실구조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태가 민영 부동산 기업들의 ‘국유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기 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유화에 나서 부채를 조정하고, 통제권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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