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볍씨는 지켜내야"…R&D예산 구조조정 앞두고 잊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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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예산은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다.
당정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면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무분별하게 증가했다', '단기 현안 대응 R&D 사업(소재·부품·장비 2.7배, 감염병 3배)과 중소기업 등에 뿌려주는 R&D 사업(2배)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몇 달간 전문가들이 심의한 '2024년도 R&D 예산 배분 조정안 '이 전면 재검토되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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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아끼기로만 접근해선 안 돼
연구·개발(R&D) 예산은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졌다. 과학기술입국을 표방한 나라에서 연구·개발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덕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 투자비는 세계 2위에 이를 정도로 투자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투자 규모와 비교해 성과가 좋지 못해 ‘코리아 패러독스’라는 말도 나온다. R&D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학계나 정부, 국회 예산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R&D 예산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이 R&D 예산에 대해 칼을 빼든 명분도 같다. 윤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나눠먹기식 R&D 체계를 개편하여 과학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정 역시 16일 실무당정협의회를 열어 ‘R&D 비효율 혁파 방안’을 논의하며 특정 집단의 기득권적인 사업, 경쟁력 없는 단순 보조 형식의 지원 사업,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 뿌려주기식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정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면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무분별하게 증가했다’, ‘단기 현안 대응 R&D 사업(소재·부품·장비 2.7배, 감염병 3배)과 중소기업 등에 뿌려주는 R&D 사업(2배)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예산이 늘어남에 따라 R&D 사업과 과제 수도 늘었는데, 각 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관리역량은 취약했고 온정주의적 편성은 더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 과정이 내년 예산안 국회 제출을 앞둔 시점에서 단기간 내 진행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몇 달간 전문가들이 심의한 ‘2024년도 R&D 예산 배분 조정안 ’이 전면 재검토되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졸속, 밀실 예산 심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야당 등에서는 일련의 R&D 예산 삭감의 이면에는 세수 부족이 있다고 의심한다. 세금이 덜 걷혀서 예산을 줄일 곳을 찾다보니 R&D 예산이 딱 걸렸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부터 R&D 사업 예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한 야당 중진의원은 "R&D사업에 대한 비효율을 걷어내는 작업이 절실하다"면서도 "올해 세수 부족 문제로 고전 중인 정부가 내년에 세수를 확보할 방안을 찾지 못해 대규모 예산 조정이 불가피해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일률적으로 예산 삭감에 나서는 것을 보면 R&D 카르텔 타파의 목적과 방향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미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예산안을 20% 삭감해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 중진의원은 "집행 방법은 조정하지만 무슨 사업을 살리자, 줄이자 이런 부분들은 주의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기술이기에 국가가 투자하는 것이다. 확실하다면 민간이 투자할 것이다. 불확실해도 미래 선도 기술이라면 이에 대한 투자는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속담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든 시점이 와도 내년 농사를 포기할 수 없듯, 미래에 대한 투자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단국이라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막대한 국방비를 쏟으면서도, R&D에 대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던 것은 과학기술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당장은 굶더라도 내년 농사를 위해 볍씨만은 지켜내는 농부의 마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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