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좌편향"…'좌파 대부' 룰라 지지자와 유사 성향

英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 결과 발표
"미국 민주당·영국 노동당과 가까워"
"AI가 사회적 양극화 반영…악순환"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대표 주자인 오픈AI의 '챗GPT'가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생성형 AI의 정치적 편향성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 성향 가정한 답변과 '기본 답변' 비교

오픈AI의 챗GPT.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은 최근 '퍼블릭초이스저널'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실험 결과, 챗GPT는 정치적 믿음에 대한 질문에 미국 민주당·영국 노동당·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가까운 대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먼저 이념적인 질문 60개를 설정한 뒤 챗GPT에 ‘진보·보수·중립 등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정하고 질문에 대답하라’고 했다. 이후 각각 정치적 성향에 따른 답변을 챗GPT가 내놓는 ‘기본 답변’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따졌다.

챗GPT 등 생성형 AI는 질문할 때마다 무작위로 다른 답변을 내놓곤 한다. 이 때문에 질문은 100번 반복됐으며, 보다 정확한 신뢰구간을 구하기 위해 부트스트랩(현재 표본에서 추가로 표본을 복원 추출해 통곗값을 다시 계산하는 것)을 1000회 거쳤다.

그러자 챗GPT가 미국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쪽으로, 영국 보수당보다는 노동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또, 브라질 극우 정치인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보다 ‘남미 좌파 대부’ 룰라 대통령 지지자들의 성향과 유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치적 편향성이 민주주의 위협과 사회의 양극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비오 모토키 이스트앵글리아대 박사는 “(AI의) 정치적 편견은 현실 정치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AI가 온라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문제를 재현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챗GPT 진보·라마 보수·버트 중도"

한편, 이달 초 카네기멜런대·워싱턴대·시안교통대의 공동 연구에서는 챗GPT와 구글의 '버트'(BERT), 메타의 '라마'(LLaMA)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의 정치 성향을 비교하기도 했다. LLM은 이미 나온 단어를 통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의 일종으로, AI가 인간의 언어(자연어)처럼 대답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진은 이민, 기후변화, 동성혼 등 사회·경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14개의 AI에 던졌는데, 이때도 챗GPT의 근간인 'GPT-4'가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마는 보수적이었고, 버트는 상대적으로 중도적 입장이었다.

온라인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AI가 사회적 차별과 정치적 편견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네기멜런대의 박찬영 연구원은 WP에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가 AI에도 반영된다”며 "그리고 이는 다시 현실 사회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챗GPT의 진보 성향은 보수진영의 인종·성차별 등 혐오 표현을 거르는 ‘피드백’ 과정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 연구원은 “혐오 표현이 없는 답변에 가중치를 둔 것이 사회 문제에 진보적 답변을 하도록 유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국가와 개인의 신념에 따라 무엇이 진보이고 보수인지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AI의 정치적 편향성 연구는 본질적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