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와 추석 사이, '신선함'으로 무장한 중소 영화들의 한 판 경쟁 [D:영화 뷰]

류지윤 2023. 8. 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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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을 겨냥한 텐트폴들 중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만이 살아남으며 양강 구도가 구축됐다. 텐트폴의 뜨거웠던 경쟁이 한층 열기를 식히는 사이, 다음 대목인 추석까지 공백을 중소 영화가 채운다.

가장 먼저 관객을 찾는 건 신혜선 주연의 '타겟'이다. 이달 말 30일 개봉하는 '타겟'은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중고거래를 소재로 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신혜선, 김성균이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의 강점은 다큐멘터리와 같은 현실감이다. 박희곤 감독은 친구의 경험담과 함께 이와 관련해 일어났던 실제 범죄 자료들을 조사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신혜선은 "평소에도 범죄 다루는 방송을 좋아한다. 보면서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일상이 무너질 수 있겠다란 걸 느끼고는 했다. '타겟'에 출연해 그런 부분이 담겨있었고 잘 표현해 보고 싶었다"라고 출연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타겟'과 함께 개봉하는 '신체모음.zip'은 감독 6명의 단편 '토막', '악취', '귀신 보는 아이', '엑소시즘. 넷', '전에 살던 사람', '끈'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 수상작으로 다섯 개의 에피소드와 이를 하나로 아우르는 영리한 구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6일에는 제 76회 칸 국제단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유재선 감독의 '잠'이 개봉한다. 잠드는 순간, 다른 사람처럼 변해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는 남편이 자아내는 공포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정유미와 이선균이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잠'은 칸에서 공개됐을 당시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해외 유수 매체와 평단의 호평을 받아 가장 기대작으로 꼽힌다.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연출부 출신이다. 봉준호 감독은 '잠'을 감상한 후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는 인상적인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윤균상 주연의 호러 영화 '치악산'은 9월 13일 베일을 벗는다. '치악산'은 험난하고 웅장한 산세로 이름을 떨친 치악산에서 1980년, 열여덟 조각이 난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괴담을 모티브로 스토리를 확장시킨 작품이다. 영화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11회 패닉 페스트 등 호러 장르 영화를 다루는 다양한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제25회 네버모어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앙상블상을 수상하며 론칭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9월 개봉을 목표로 하는 '폭로'은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홍용호 감독의 작품이다. 홍용호 감독은 20여 년간 법조계 현장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영화 ‘배심원들’, ‘증인’, ‘침묵’의 연출과 각본, 각색을 맡은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2023 보스턴국제영화제 최고 스토리상을 수상하고 제23회 전주국제영화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초청돼 공개된 이후 2022 인도국제영화제, 2023 벵갈루루국제영화제 등에 해외 영화제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9월 라인업에 오른 한국 영화들은 정식 개봉 전 국, 내외 영화제에서 저 작품성을 인정 받으며 신선하면서도 치밀한 시나리오를 자랑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화제 속에서 개봉한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흥행에서 참패하며 여름 성수기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개봉 첫 주 만에 흥행 실패라는 낙인이 찍혔다. 실제로 경쟁에서 밀려, 개봉 2주 만에 관이 줄어들고 박스오피스 순위도 하락했다. 더군다나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범죄 스릴러, 호러 장르가 겹친다.

특히 호러 장르의 경우는 마니아층 관객들이 한정돼 있다. '잠'을 제외한 영화들의 경우 배우들이 스크린에서 티켓파워와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안심할 수 없는 요인이다.

다시 말해 이 영화들은 작품의 완성도와 참신함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상업 영화의 조건을 두루 갖췄던 '더 문'과 '비공식작전'의 흥해 실패를 통해 외적인 조건보다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는 흐름이 읽혔다. 대형 자본으로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노선을 택한 작품들 사이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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