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과 이동관의 '의기투합', 실패할 운명이다

이충재 2023. 8.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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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시절 정두언에게 '간신' 소리 들어... 윤 대통령에게 약점까지 잡혔으니 향후 행보 불보듯

[이충재 기자]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 오피스텔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이동관씨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소문은 연초부터 돌았다. 언론계 동년배들과의 모임에서 그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좋게 평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두뇌 회전이 빠르지만 궂은 일을 꺼린다는 게 요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재산 증식 등 문제로 인사청문회에 서는 자리는 꺼린다는 말이 들렸는데 결국은 여기까지 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 때 일화다. 친구처럼 지내는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과 고 정두언 의원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정두언이 자신을 간신이라고 비난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이동관이 면전에서 따졌다고 한다. 이동관이 "사람이 그 정도밖에 안 되냐"고 발끈하자 정두언은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해라"고 맞받아쳤다는 얘기다.

이동관의 성정(性情)을 보여주는 단편적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그가 임명된 이후의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어서다. 대통령이 지시하는 어떤 일이든 마다않을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거리낌없이 처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동관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낸 것도 바로 그런 자세에 흡족해서였다.  

이동관 급소 쥐고 있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의 흑역사를 꿰뚫고 있는 당사자다. 이동관이 MB시절 자행했던 언론 탄압의 실상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직접 수사했으니 모를 리가 없다. 당시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이동관이 언론을 어떻게 쥐락펴락했는지는 소상히 파악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동관의 급소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동관을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둔 이유가 뭐겠는가. '언론 장악 기술자'로서 이동관이 이 시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였을 게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판세력을 '공산전체주의'라고 공격했는데, 앞서 이동관은 후보자에 지명되자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언어가 극우적 시각에서 겹쳐있는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약점 잡힌 이동관의 태도 변화는 재빠르다. 그는 2019년 한 방송에 출연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인 윤 대통령에 대해 "밥 먹듯이 말 바꾸고, 패거리 문화 핵심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이동관은 윤 대통령을 "시대정신과 도덕성, 자질을 갖춘 분이기에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이동관이 말한 '밥 먹듯이 말 바꾸는 사람'은 고스란히 자신을 향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동관의 의기투합은 반언론적, 반민주적 야합이라는 점에서 실패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MB시절의 '언론 탄압'이 먹힐 때와는 언론 환경이 너무나 달라졌다. 현직 기자 80%가 이동관 임명을 반대하는 현실이 보여주듯 과거처럼 위에서 찍어누른다고 호락호락 순응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언론을 길들인다고 해도 국민이 뉴스를 접하는 통로가 다양해져 통제의 효과도 별로 없다. 되레 언론을 권력의 손아귀에 넣는다고 잡음만 요란해질 가능성이 큰데, 그게 내년 총선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보나마나다.

무엇보다 이동관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방송통신 정책을 맡을 능력이 안 된다. 수십 년 전의 신문기자가 방송을 어찌 알 것이며, 통신은 아예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사람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 대응이 주요 역할인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을 맡는 게 가당키나 한가.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이 성과를 낼 리도 만무하다.

이동관이 담당할 임무가 '방송 장악' '언론 탄압'이라면 그에게나 한국 언론에게나 너무나 참담한 일이다. 역사적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고민이라도 해봤나 싶다. 언론인 출신으로서 후배기자들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스스로 내려놓는 게 그나마 남아있는 한줌의 명예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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