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은 숫자에 불과하다 [공구리디스토피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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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유토피아'엔 대지진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는 아파트가 등장한다.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 등 골재를 잘 배합하면 단단하고 내구성 좋은 콘크리트를 제조할 수 있다.
이어 "제때 레미콘을 받을 수 없는 지역에 보낼 땐 지연제를 사용하는 등 기술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계도면에 표기할 수 없는 재료 성능과 재질 등에 관한 사항은 공사시방서에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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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유토피아’엔 대지진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는 아파트가 등장한다.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 등 골재를 잘 배합하면 단단하고 내구성 좋은 콘크리트를 제조할 수 있다. 허구이긴 하나 지진을 견딜 만큼 안전한 아파트도 좋은 품질의 콘크리트에서 탄생한다. 실상은 다르다. 불량 골재를 쓰고, 타설 시간을 준수하지 않는다. 하자가 생겨도 눈가림하기 바쁘다. 유토피아인 줄 알았던 ‘내’ 집은 사실 디스토피아일지 모른다. 증언을 토대로 현장 부조리를 파헤쳐본다. ‘공구리’는 ‘콘크리트’(concrete)에서 나온 일본식 발음이다. -편집자 주
본지는 콘크리트를 제때 타설하지 못하는 현장, ‘하절기 90분’을 지키지 못하는 현장이 존재함을 보도했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설명서)가 제시하는 90분은 콘크리트 품질유지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그러나 현장엔 변수가 있다. 작업이 늦을수록 물량은 쌓이고, 장기 타설 지연으로 이어지듯 말이다.
철두철미하게 90분을 준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업계는 표준시방서 위반을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하자로 인한 책임소재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업계에 따르면 콘크리트 생산부터 타설은 제조사 몫이다. 레미콘 차량에서 펌프로 타설해서 양생하는 단계는 건설사 몫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식품 소비기한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베스트 품질 보전 시간을 90분이라고 과학적으로 정했지만, 그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때 레미콘을 받을 수 없는 지역에 보낼 땐 지연제를 사용하는 등 기술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애초에 품질을 책임지지 못하는데 납품을 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품질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건설사에 미리 알려 준다. 이러면 건설사에서 감리가 조율해서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표준시방서가 존재해도 그 구속력은 미미하다. 현행법도 현장이 스스로 잘하게끔 용인하고 있다.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 고시를 보면, 건축물에 사용하는 건축 재료는 성능과 품명·규격·재질·질감·색상 등을 설계도면에 구체적으로 표기함을 원칙으로 한다. 설계도면에 표기할 수 없는 재료 성능과 재질 등에 관한 사항은 공사시방서에 표기한다.
공사시방서는 표준시방서와 전문시방서를 기본으로 작성하되, 공사의 특수성·지역여건·공사방법 등을 고려해 작성한다. 공사시방서는 공사 전에 작성한다. 작성주체는 시공사다.
중요한 건 설계도서 해석 우선순위다. 설계도서·법령해석·감리자 지시 등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경우, 계약으로 그 적용의 우선순위를 적용하지 않았을 땐 공사시방서를 해석의 가장 최우선으로 둔다.
계약에서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공사시방서가 곧 설계도서다. 현장에 표준시방서는 참고서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표준시방서는 말 그대로 표준”이라며 “공사가 워낙 많기도 하고 시방서를 별도로 작성할만한 조건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기준을 삼을만한 도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시방서 구속력은 시공자와 발주처 간 계약 정도로만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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