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강·하천 온실가스 메탄 내뿜는다…오염과 보 건설도 영향
전 세계 강과 하천에서 배출하는 메탄의 양이 호수나 습지에서 배출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흐르는 물에서는 메탄이 적게 배출된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내용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잠재력이 수십 배에 이르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과 미국 위스콘신대학 매디슨 등의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강과 하천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연간 27.9 Tg(테라그램), 즉 279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메탄 4분의 1은 강·하천에서 배출
전 세계 강과 하천에서 얻은 2만4000여 개의 메탄 농도 측정치와 8000개 이상의 메탄 배출 속도 측정치가 연구에 사용됐다.
연구팀은 255개 강과 하천을 대상으로 온도 변화와 메탄 배출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강물의 녹아있던 메탄이 대기로 확산하는 형태로 배출되는 양이 연간 1340만 톤으로 파악됐다.
또, 기포 혹은 거품 형태로 불규칙적으로 분출되는 양이 145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두 가지를 더한 전체 메탄 배출량은 연간 279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연구팀은 집계했다.
이는 호수(댐 저수지 포함)와 습지의 배출량과 유사한 규모다.
대기 중 메탄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3배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이며,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절반은 담수 생태계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과 하천에서 지구 메탄 배출량의 4분의 1이 나오는 셈이다.
호수·습지보다 면적이 좁은 강과 하천에서 호수·습지와 맞먹는 양의 메탄이 배출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북극 지방에서도 많이 배출
열대 지방(북위 10도~남위 10도 사이)에서 배출되는 양은 전 세계 강·하천 배출량의 37%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콩고 분지, 아마존 유역 등 열대 생태계였다.
유기물 유입이 많으면서 흐름이 정체되고 무산소 상태가 나타날 때 메탄 배출이 최대로 나타났다.
북위 50도 이상의 북극과 아한대 지역에서도 17%를 배출, 북위 30~50도의 온대·아열대 지역에서 배출된 15%와 맞먹었다.
페노스칸디아(Fennoscandia,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 북구지역)와 동부 시베리아, 미국 알래스카 등 아한대 생태계에서 많이 배출됐다.
침엽수가 많은 아한대 숲과 북극 툰드라의 차가운 강과 하천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경우에 따라 열대지방 강 배출량과 맞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이탄(泥炭)지대처럼 토양에 유기 탄소가 많이 저장돼 있고, 땅속 얕은 곳에 지하수가 흐르는 곳에서 많이 배출됐다.
결국 호수나 습지와는 다르게 강과 하천에서는 메탄 배출이 온도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셈이다.
사람의 오염·개발 영향도 크다
사람이 강과 하천의 모습을 바꾸는 등 생태계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의 흐름을 막아 물을 가둘 경우(impoundment) 메탄 생성을 촉진, 하류로 많은 메탄을 내려보낼 수 있다.
농업지역에서는 메탄 생성을 촉진하는 영양분을 하천에 공급하게 된다.
도시에서는 오염된 물을 배출, 메탄 생산을 촉진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하수·폐수처리장 방류수(점오염원)의 영향을 직접 받는 하천이나 도시 운하, 농업용 수로 등에서는 유기물 농도가 높고 산소가 부족한 조건이 갖춰져 메탄 농도가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강·하천 배출량 산정에서는 제외했지만, 인위적으로 강물 흐름이 막힌 댐과 저수지, 보에서 배출되는 것도 전체 담수에서 배출되는 양의 10%를 차지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그동안 하천과 강에서 배출되는 메탄 측정치가 매우 다양했고, 배출량 추정치도 불확실했는데, 정확한 값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변형시킨 강 생태계의 복원을 통해 메탄 배출량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에서도 메탄 배출 많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지형 교수팀은 한강·낙동강·영산강 물 시료에서 메탄·이산화탄소·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한 내용의 논문을 지난 4월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저널에 발표했다.
강물 속 메탄 등 온실가스 농도는 서울과 광주 등 대도시를 통과할 때 증가했는데, 오·폐수처리시설 방류수 등 오염물질이 유입한 탓이었다.
보가 8개 있는 낙동강의 경우 보가 집중된 구간에서도 메탄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
낙동강에서는 메탄 농도가 포화 수준(L당 3.1 nmol(나노몰))을 훨씬 초과해 검출됐다. 4월(평균 541 nmol/L)보다 7월(평균 968 nmol/L)에 더 높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부영양화 지수가 높은 물이 흐르는 낙동강에 4대강 보 건설로 체류 시간이 5배로 늘면서 남세균의 녹조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면서 "식물플랑크톤이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물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일시적으로 낮아지지만, 녹조 발생후 사체가 분해될 때 온난화 잠재력이 훨씬 큰 메탄이 배출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유발 효과는 더 커진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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