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펀치' 7개 실전배치 코앞…한미일 정상 테이블 오른다 [北 9개 국방과제 긴급점검]
북한이 불과 2년 반여만에 목표로 제시했던 9개 분야의 무력 증강 계획 대부분을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군사정찰위성과 핵잠수함을 제외한 최소 7개 분야의 기술력은 양산과 실전 배치 직전까지 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17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의 결함 보완을 위해 지난달부터 엔진연소시험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 위협 증강에 따른 실질적 대응 조치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앙일보는 국방 전문가 6명에게 의뢰해 북한의 현재 무기 개발 수준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직접 제시 구체적 무기 체계 가운데 중복되는 것 등을 제외한 ▶전술핵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핵탄두 ▶무인기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극초음속미사일 ▶군사정찰위성 ▶핵잠수함 등 9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기의 개발 수준을 1~10점 척도로 평가했다. 1~3점은 개념화 및 기술개발, 4~7점은 기술 시연 및 고도화, 8~9점은 기술 성숙 및 양산, 10점은 완성을 각기 뜻한다.
전문가들이 평가한 9개 무기 분야의 개발 수준은 평균 5.5점으로, 이미 고도화 단계의 중반을 지나고 있다고 봤다. 기술적 측면에서만 보면 7점이 사실상의 기술 개발 완료를 의미하고, 8점 이상이면 개발이 완료된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해 현장에 배치하는 단계에 돌입했음을 뜻한다. 배치까지 완료한 전력화의 개념을 10점으로 봤다. 따라서 5.5점은 9개 분야 무기가 전반적으로 기술 개발 완료에 가까워졌다는 의미가 된다.
또 9개 분야 중 지난 5월말 서해상에 추락한 정찰위성과 아직 실체를 공개한 적 없는 핵잠수함을 제외한 7개 분야의 진척도는 이미 고도화의 중반(6.1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술핵(7.2점), 초대형핵탄두(6.3점), 고체연료 ICBM(6.5점), SLBM(6.5점) 등 실제 핵탄두를 실어 날릴 수 있는 '핵펀치력'과 직결된 4개 분야는 이미 실전 배치를 바로 코앞에 둔 단계(평균 6.6점)까지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중 '기술 완성'에 가까운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 전술핵은 한반도와 주변 미군 시설 등에 대한 국지적 핵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직경 40~50cm, 무게 200~300kg 수준까지 소형화ㆍ경량화한 전술핵탄두 개발을 마치고 양산단계(8점)에 돌입했다"며 "특히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에이테큼스), KN-25(초대형방사포) 등 탄두를 실을 신형유도무기 전력은 완성 전 단계(9점)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용 전술핵탄두 '화산-31'은 아직 개발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7차 핵실험을 하지 못하는 기술시연 단계(3점)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를 탑재할 투발 수단이 양산단계(8점)에 돌입한 점을 감안한 종합적 전술핵 기술은 고도화(6점) 단계로 봐야 한다"고 했다.
무인기(5.7점), 수중발사핵전략무기(5.5점), 극초음속미사일(5.2점) 등 핵공격의 '생존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3개 분야에 대한 기술력도 평균적으로 고도화의 중간단계(5.4점)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중 북한이 최근 열병식을 계기로 실물을 공개한 무인기가 단연 주목받는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500㎞ 전방 종심(縱深)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기' 개발을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했고, 불과 2년여만에 실체적 위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날씨가 좋지 않았던 열병식 때도 무인기가 낮은 고도 비행을 감행한 사실이 확인됐고, 레이저 유도 무기 등도 공개된 상태"라며 "무인기에 대한 시험평가가 상당히 진행된 고도화 단계(7점)를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위성을 통한 장거리 통신이 제한되는 북한의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 장거리 정보 획득에 한계가 있고, 북한이 공개한 대형 무인기는 군이 충분히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다"며 "무인기는 아직 초기 기술시연 수준(4점)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과거 북한이 무력 개발에 매진하며 도발을 일삼는 것은 대화 복귀의 신호로 읽히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평가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우리는 수십년간 군사 도발 이후 외교에 나서는 북한의 리듬에 익숙하지만, 지금의 군사 도발은 외교적 목적이라기보다 핵 및 무기 개발의 단계를 밟아나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 작전 수행과 은밀한 핵 공격이 가능해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는 핵잠수함(2.8점)과 한ㆍ미의 동향을 살피고 전체적 군사작전 지휘와 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군사위성(4점) 분야는 아직 초보적 개념화 단계(3.4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김정은이 연일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독려하는 배경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축적이 더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을 발사했지만, 천리마는 서해상에 추락했다. 특히 만리경의 잔해 일부를 인양한 군 당국은 북한의 기술력에 대해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17일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은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군사정찰위성의 기술적 준비 완료를 요구했고, 정찰위성의 결함 보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9월 9일에 정권 수립 75주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8월말이나 9월 초에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유상범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또 북한이 한·미·일 정상회의(18일)와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21~31일)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여러 도발을 준비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또 북한은 아직 핵잠수함의 개발과 관련한 구체적 상황을 과시하거나, 실물을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핵잠수함과 관련한 언급은 2021년 김정은이 핵잠수함 개발을 지시하며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주장한 게 사실상 전부다.
이에 대해 북한의 첨단 무기 개발에 관여했던 고위 탈북자는 "북한의 핵잠수함이나 미사일 재진입, 군사 위성 개발의 진척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기술력 자체보다는 국제 제재에 따라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재의 수급과 관련이 있다"며 "특히 핵잠수함의 경우 심해의 압력을 버틸 특수강을 북한이 자체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도 제재를 뚫기 위한 시도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 순)
「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
강태화ㆍ정영교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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