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타격? 허언 아니다…"北 ICBM, 재진입·다탄두만 남아" [北 9개 국방과제 긴급점검]

이근평 2023. 8.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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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전력화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변수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 가운데 실제 핵 타격과 관련한 핵심 기술이 상당한 고도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경진 기자


“미국 사정권”…허언 아니다

중앙일보 의뢰로 북한 ICBM 개발 수준 평가에 응한 국방 전문가 6명은 추력에 대해선 기술 개발을 끝내고 양산과 실전 배치 직전까지 도달(7.3점)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17년 7월 첫 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한 뒤 고각 발사로 엔진 성능을 시험해왔는데, 엔진 성능 면에선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17일 전날(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화성-15형에선 1단을 백두산 엔진 2개가 묶인 트윈 엔진 한 세트로 구성했다가, 화성-17형에선 해당 엔진 한 세트를 하나 더했다. 이로 인해 추력은 2배 이상 높아져 화성-17형은 160tf(톤포스·1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이상의 추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추진력이면 4개 이상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특히 지난 3월 시험에서 화성-17형은 최대정점고도 6045㎞, 비행거리 1000.2㎞를 기록했다. 정상각으로 쐈다면 사거리는 1만5000㎞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이 공격 대상에 포함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위협해온 미 본토 타격은 이미 허언이라고 하기 어려워졌고, 최소 추진력 면에서는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체 ICBM '화성-18형' 두 차례 발사

북한은 액체 연료 기반의 화성-17형에 이어 고체 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 -18형도 이미 공개했다. 고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를 탑재한 상태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여기에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이 적용되면 즉각적인 발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 연료 ICBM 기술도 이미 고도화 막바지 단계(6.5점)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7월 12일 북한의 두번째 화성-18형 시험발사에서 기록한 정점고도 6648.4㎞, 비행시간 4491초는 역대 북한 ICBM의 비행 기록 중 최고 수치에 해당한다. 만약 정상각으로 발사했다면 사거리는 액체 연료 ICBM이 기록했던 1만5000㎞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두 차례 발사를 통해 고추력의 중대형 고체로켓추진체 특성을 검증했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추가 시험발사를 지속하는 것은 추진력 이외에 확인해야 할 여타 기술력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7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6천648.4㎞까지 상승해 거리 1천1.2㎞를 4천491초(74분51초)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


재진입 기술 평가 엇갈려

평가가 가장 엇갈린 분야는 ICBM의 재진입 관련 기술이었다. 대기권을 벗어난 ICBM이 목표 지점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1만도의 고온을 버텨야 한다.

이와 관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월 18일 "화성-15형 시험발사를 통해 탄두의 탄착 정보를 수신했다"며 재진입의 성공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공개된 영상에선 탄두부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등 재진입 실패의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더구나 수직에 가까운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각 발사의 경우엔 이런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전문가들도 재진입 기술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전체 기술 수준은 이미 고도화 단계의 중반(5.5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장영근 센터장은 “탄착된 재진입체를 수집하는 과정 등을 통해 검증이 필요한데 북한은 이런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며 “정상궤도 비행 때도 성공적 재진입이 가능한지 역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화성-18형이 70분 이상 장시간 비행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내열성이 강한 고성능 탄소 복합재가 엔진 노즐목에 적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만간 이를 ICBM 재진입체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가 촬영한 화성-15 낙하 장면. 두 개로 갈라져 불꽃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 불꽃은 곧 사라졌다. 일본 방위성


공개한 적 없는 다탄두 기술

요격을 피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자, ICBM 개발의 마지막 과제로 꼽히는 다탄두(MIRV)와 후추진체(PBV) 항목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아직 개념화 단계(3.3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기술은 하나의 ICBM에 여러 핵탄두 또는 위장용 탄두를 실어 목표물 근처까지 보낸 뒤 탄두들을 분리·비행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 중 하나라도 막지 못하면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다탄두 개별유도 기술과 관련 “연구사업의 마감 단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시험 사실을 공개한 적은 없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화성-15·17·18형의 직경 크기로 다탄두 기술 개발의 정황이 예측됐을 뿐”이라며 북한이 다탄두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PBV 탑재와 관련해서도 장영근 센터장은 “PBV가 적용되면 탄두 무게가 1.5t 이상 늘어나 사거리가 감소한다”며 “PBV 탑재로 ICBM 기술력 자체까지 폄하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군의날 행사 영상에서 공개된 현무-5 발사 장면. 북한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녀 '괴물 미사일'로도 불린다. 연합뉴스


“3축 체계도 진화…충분히 대응 가능”

정부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응해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고, '3축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중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THAAD),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등으로 다층 방어망도 구축했다. 여기에 중상층(50∼60㎞)에서 하강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이 개발되고 있다.

이밖에 핵무기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 ‘현무-5’는 북한에 대한 대표적 대량응징보복(KMPR) 전력으로 꼽힌다. 현무-5의 탄두 중량은 전세계 재래식 미사일을 통틀어 최대급인 8t으로, 지하 100m 이상에 있는 ‘김정은 벙커’의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

■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 순)

「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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