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타격? 허언 아니다…"北 ICBM, 재진입·다탄두만 남아" [北 9개 국방과제 긴급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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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정권”…허언 아니다
중앙일보 의뢰로 북한 ICBM 개발 수준 평가에 응한 국방 전문가 6명은 추력에 대해선 기술 개발을 끝내고 양산과 실전 배치 직전까지 도달(7.3점)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17년 7월 첫 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한 뒤 고각 발사로 엔진 성능을 시험해왔는데, 엔진 성능 면에선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화성-15형에선 1단을 백두산 엔진 2개가 묶인 트윈 엔진 한 세트로 구성했다가, 화성-17형에선 해당 엔진 한 세트를 하나 더했다. 이로 인해 추력은 2배 이상 높아져 화성-17형은 160tf(톤포스·1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이상의 추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추진력이면 4개 이상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특히 지난 3월 시험에서 화성-17형은 최대정점고도 6045㎞, 비행거리 1000.2㎞를 기록했다. 정상각으로 쐈다면 사거리는 1만5000㎞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이 공격 대상에 포함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위협해온 미 본토 타격은 이미 허언이라고 하기 어려워졌고, 최소 추진력 면에서는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체 ICBM '화성-18형' 두 차례 발사
북한은 액체 연료 기반의 화성-17형에 이어 고체 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 -18형도 이미 공개했다. 고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를 탑재한 상태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여기에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이 적용되면 즉각적인 발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 연료 ICBM 기술도 이미 고도화 막바지 단계(6.5점)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7월 12일 북한의 두번째 화성-18형 시험발사에서 기록한 정점고도 6648.4㎞, 비행시간 4491초는 역대 북한 ICBM의 비행 기록 중 최고 수치에 해당한다. 만약 정상각으로 발사했다면 사거리는 액체 연료 ICBM이 기록했던 1만5000㎞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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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입 기술 평가 엇갈려
평가가 가장 엇갈린 분야는 ICBM의 재진입 관련 기술이었다. 대기권을 벗어난 ICBM이 목표 지점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1만도의 고온을 버텨야 한다.
이와 관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월 18일 "화성-15형 시험발사를 통해 탄두의 탄착 정보를 수신했다"며 재진입의 성공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공개된 영상에선 탄두부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등 재진입 실패의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더구나 수직에 가까운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각 발사의 경우엔 이런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전문가들도 재진입 기술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전체 기술 수준은 이미 고도화 단계의 중반(5.5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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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한 적 없는 다탄두 기술
요격을 피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자, ICBM 개발의 마지막 과제로 꼽히는 다탄두(MIRV)와 후추진체(PBV) 항목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아직 개념화 단계(3.3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기술은 하나의 ICBM에 여러 핵탄두 또는 위장용 탄두를 실어 목표물 근처까지 보낸 뒤 탄두들을 분리·비행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 중 하나라도 막지 못하면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다탄두 개별유도 기술과 관련 “연구사업의 마감 단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시험 사실을 공개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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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축 체계도 진화…충분히 대응 가능”
정부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응해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고, '3축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중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THAAD),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등으로 다층 방어망도 구축했다. 여기에 중상층(50∼60㎞)에서 하강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이 개발되고 있다.
이밖에 핵무기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 ‘현무-5’는 북한에 대한 대표적 대량응징보복(KMPR) 전력으로 꼽힌다. 현무-5의 탄두 중량은 전세계 재래식 미사일을 통틀어 최대급인 8t으로, 지하 100m 이상에 있는 ‘김정은 벙커’의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
■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 순)
「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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