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前 안보실장 "유엔사는 막강 전략자산, 한국도 가입해야"

박현주 2023. 8.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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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엔사에 회원국으로 가입해 6·25 전쟁 당시 병력·의료 인력을 파견했던 22개국과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과 나눔' 재단 특별 강연 '통일을 향한 외교·안보 전략'에서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유엔사가 우리의 강력한 전략 자산으로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역할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주목된다.
17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과나눔 특별강연 '통일을 향한 외교안보 전략'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통일과 나눔.


"유엔사, 우리의 전략 자산"


김 전 실장은 이날 "설령 한국이 유엔사 회원국이 되지 못하더라도 주둔국으로서 유엔사를 적극 활용해야한다"며 "유엔사에 연락단을 두고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17개국 및 나머지 5개국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사 회원국은 현재 6·25 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한 미국, 영국, 튀르키예 등 14개국과 덴마크 등 의료지원국 3개국까지 총 17개국이다. 한국은 유엔사 17개 회원국과 더불어 '전력 제공국'에 해당한다.

김 전 실장은 그러면서 "유엔사가 (북한으로의) 물자 반입 승인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등 남북 관계 발전에 방해되는 세력이라는 시각은 통일에 보탬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여권 일각에선 유엔사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대북 물자 반입을 불허할 때마다 "유엔사는 남북 관계의 장애물"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17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과나눔 특별강연 '통일을 향한 외교안보 전략'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통일과 나눔.


다만 김 전 실장은 "현재 정부에서 한국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단계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유엔군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유엔사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북 압박 체계화해야"


김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현재로선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체계화하는 게 우선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이 제시하는 조건부 협상에 바이든 행정부가 응할 가능성이 없고,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함을 견지하고 있으며,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을 면할 정도까지는 중국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실장은 "북한에는 정권 안보가 국가 안보보다 상위에 위치한다"며 "김정은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다가 '현 상태라면 체제와 정권이 위협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7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과나눔 특별강연 '통일을 향한 외교안보 전략'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북한의 내부 사정과 관련해선 "함경도 뿐 아니라 개성에서도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정보를 접하고 북한 내 상황이 절대 녹록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국면 이후 장마당을 강하게 단속했는데 그 여파로 유통망이 작동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 식량난이 가중됐다.

김 전 실장은 "북한 관료 집단의 통제에 대해 주민의 반발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며 "북한의 관리가 장마당에 나타나 용납할 수 없는 통제 행위를 했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상인들이 달려드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시장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북한 주민이 깨달아야 하며, 그렇기에 외부 정보 유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과나눔 특별강연 '통일을 향한 외교안보 전략'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통일과 나눔.


"급변 사태 철저히 대비"


김 전 실장은 북한 내 급변 사태 가능성에 대해선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선행돼야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고 한반도 통일로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통일을 맞이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면서다.
김 전 실장은 또 "유사시 미국이 '한국이 통일 준비가 제대로 안 돼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겠다'고 판단하면 자칫 중국과 타협해 '현상 유지'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며 "그러면 우리는 (통일이라는) 역사적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5일 대구경방사포탄 생산 공장을 비롯한 중요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저격무기'를 직접 쏴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NCG 궤도 올려야"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ㆍ미ㆍ일 정상회의에서 확장억제 관련 논의가 비중 있게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김 전 실장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까지가 확장억제를 강화할 '골든 타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한ㆍ미가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마련한 핵협의그룹(NCG)에 대해 "그간 핵심 동맹국에도 알려주지 않던 미국의 핵무기 운영 시스템에 대한 신비주의를 처음으로 깨뜨린 계기"라고 평가했다.

김 전 실장은 NCG에 추후 일본을 포함할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썬 한ㆍ미 간 NCG를 궤도에 올리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한ㆍ미 NCG를 최고 고도에 올려놓고 그 다음에 일본의 합류 가능성 혹은 별도의 한ㆍ미ㆍ일 3자 NCG 출범 필요성 등을 검토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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