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큰돈 번 뒤…'트럼프 가짜 선거인단' 짠 진보 출신 브레인

김선미 2023. 8.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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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가짜 선거인단' 작전을 짠 브레인으로 케네스 체체브로(62)가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캡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개표 결과를 뒤바꾸려 시도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함께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조지아 등 경합주에서 '가짜 선거인단'을 꾸려 선거 결과를 조작하자는 작전을 지휘 케네스 체세브로(62)다. 일찍이 미 검찰이 트럼프의 막후 브레인으로 지목했지만,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다른 최측근에 비해선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체세브로를 "하버드대 출신의 열렬한 진보주의자였지만, 최근 5년간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벌고 공화당 지지자로 변신했다"고 소개했다.


가짜 선거인단 작전의 브레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14일(현지시간) 기소됐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대선 당시 경합주였던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로 패하자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지난 14일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그가 조지아·위스콘신 등 6개 주에서 가짜 선거인단 명부와 표를 만들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WP에 따르면, 이 작전을 제안한 게 체세브로다. 2020년 12월 9일 그가 작성한 메모엔, 어떻게 가짜 선거인단이 진짜 선거인단을 흉내 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지침이 담겼다. 얼마 뒤 그가 자신의 별장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집결해 선거인단 행세하는 법을 가르친 정황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그는 트럼프에게 부정선거를 이유로 소송전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적 승산은 없겠지만 선거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트럼프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공식 인증되는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중단시키기 위해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에 난입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한때 민주당 지지…코인 투자 뒤 변신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케네스 체세브로(오른쪽)는 하버드 로스쿨 시절 저명한 헌법학자인 로렌스 트라이브를 사사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캡처

WP는 체세브로를 "2016년까지 진보 성향으로 평가됐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노스웨스턴대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한 그는, 미 유명 헌법학자 로렌스 트라이브 교수를 사사했고, 졸업 뒤엔 변호사가 돼 약자를 대변하는 소송을 다수 맡았다. 1993년 선천적 장애를 가진 두 소년을 대리해 거대 제약회사와 싸워 이겼고, 2000년대 초반엔 병에 걸린 흡연자들과 담배업계를 상대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오랜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존 F. 케리 상원의원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2004년 버락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모금행사를 열었을 때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의 지인들은 최근 5년 동안 암호화폐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얻은 뒤 공화당 지지자로 돌아섰다고 WP에 말했다. 2014년 비트코인 펀드에 소액을 투자했다가 2017년 매각하면서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이후 2018년 코인 시세가 떨어졌을 때 재투자하기도 했다. WP는 "이쯤부터 재판에서 자유주의적 입장을 펴기 시작했고, 공화당에 기부하며 트럼프의 라인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그는 지난해 푸에르토리코로 망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NYT는 "트럼프 측근들도 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검찰도 선거 결과를 전복하려는 부패한 계획의 배후로 지목하면서도 최근에서야 기소했다"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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