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인구 134만 강소국 에스토니아 단상

김혜원,산업1부 2023. 8. 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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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이상한 나라'를 만났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대형 페리(여객선)를 타고 2시간이면 닿는 에스토니아에 관한 단상이다.

에스토니아 국적 사람들은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회사인 '스카이프(Skype)'를 만든 나라로 자랑삼아 소개한다.

동행한 핀란드인 친구는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 전자정부 시스템을 독식하고 있고 누구나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쉬운 환경인 것으로 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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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산업1부 차장


모처럼 ‘이상한 나라’를 만났다. 살면서 한 번도 가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의외의 땅. 핀란드 헬싱키에서 대형 페리(여객선)를 타고 2시간이면 닿는 에스토니아에 관한 단상이다. 헬싱키에서 2주간 생활하던 지난 주말, 왕복 26유로(약 3만8000원)의 뱃삯을 내고 발트 3국 최북단에 있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들러 반나절을 머물렀다. 산림이 울창하고 호수가 많으며 중세시대 건물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예쁘고 작은 변방의 유럽’이겠거니 하는 가벼운 마음은 호기심 충만으로 바뀌기에 충분했다. 고풍적인 옛것과 현대적인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 듯한 탈린의 첫 느낌은 ‘잘사는 선진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세계은행(WB) 통계를 뒤졌다.

에스토니아 인구수는 지난해 기준 134만명이 조금 넘는다. 경기 수원시(119만2960명)보다는 많고 광주광역시(142만4818명)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면적은 남한의 45% 정도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0위권을 벗어난다. 국내총생산(GDP)이 약 380억1000만 달러에 그친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은 2만8332달러로 50위권에 근접한다. 우리나라(3만2254달러)와의 사이에 8개 국가만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에스토니아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탈린은 ‘발트해의 실리콘밸리’로 통한다. 에스토니아 국적 사람들은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회사인 ‘스카이프(Skype)’를 만든 나라로 자랑삼아 소개한다. 통계와 정보를 놓고 보니 당일치기 여행하며 느낀 묘한 인상과 상통하는 대목이 많았다. 독일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가 도로에 깔려 있고 오가는 사람마다 얼굴에 여유가 넘치는 배경에는 ‘IT’와 ‘스타트업’이 있었다. 동행한 핀란드인 친구는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 전자정부 시스템을 독식하고 있고 누구나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쉬운 환경인 것으로 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에스토니아는 국제사회에서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 각광받는다. 2015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전자시민권(e-residency)과 같은 독특한 제도는 사람과 돈을 끌어모은다. 온라인에서 적은 돈과 짧은 시간만 들이면 외국인도 시민권을 쉽게 발급받고 법인을 세울 수 있다. 블록체인 강국이기도 하다. 모두 ‘작지만 강한’ 국가로 성장한 비결이다.

에스토니아와 이웃한 핀란드는 또 어떤가. 강력한 교육체제 아래 본래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두 나라 스타트업 문화는 탄탄한 국가 지원을 발판으로 ‘빠른 실패 빠른 학습’이라는 ‘린 스타트업’ 기법에 근거한 공통분모가 있다. 최소한의 제품을 먼저 선보인 뒤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수집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무한반복한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실패해야 위험을 줄이는 셈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실패는 학습의 일부일 뿐이다. 실패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자리 잡지 않으면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도 제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가 출신으로 린 스타트업 경영 전략을 주창한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의 목표는 얼마나 빨리 실패한 가설을 찾아내느냐에 있다”고 했다.

위험 회피적이며 계층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한국의 전통적인 기업문화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의견이 맞서지만, 세계에서 이름값 하는 스타트업 하나 배출하지 못한 우리가 배울 점이 없지 않다. 미국의 ‘우버’와 유럽의 ‘볼트’, 중국의 ‘디디추싱’이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며 전에 없던 신시장을 창출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타다’의 실패에서 무엇을 학습했나. ‘역시 안 된다’는 아니길 바란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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