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긴축 메시지

2023. 8. 1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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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일본에선 중요한 통화정책 변화가 있었다.

각각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았음에도 금융시장에 상당한 의미를 주는 행보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긴축이 끝나고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만, 현재까지 미국과 일본이 보여주는 정책 신호는 여전히 명시적인 긴축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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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미국과 일본에선 중요한 통화정책 변화가 있었다. 각각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았음에도 금융시장에 상당한 의미를 주는 행보를 보였다.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은 줄이겠다는 ‘긴축 메시지’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통상적으로 돈을 더 푸는 것으로 이해하는 반면 금리 인상은 시중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 방식 외에도 중앙은행은 돈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대표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이후 코로나 사태 시기에 사용한 양적완화(量的緩和)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춰 제로(0%) 이자율에 도달한 다음이어서 금리 추가 조정은 한계가 있지만 국채 매입 방식으로 시중에 더 많은 돈을 공급하는 것이다. 양적완화 정도는 아니어도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운영’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증권을 공개시장에서 시장 가격으로 사고파는 형태로 돈의 양을 조절하고 시장금리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매매하는 대표적 유가증권이 국채이기에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또는 매도 여부를 보면 통화정책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난달 일본은 2013년 이후 10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국채를 사실상 무제한 사들이던 기존의 양적완화 정책에 변화를 줬다. 양적완화를 줄기차게 추진하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4월 퇴임한 이후 정책 변화 가능성은 제기됐지만, 실제로 돈을 푸는 완화(緩和)에서 벗어나 돈줄을 조이는 긴축(緊縮)으로 정책 전환이 시작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구체적으로는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이 상한선인 0.5%를 초과해 올라가도 이를 허용함으로써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돈을 풀고 채권을 사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국가들이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며 긴축으로 전환하던 시점에도 돈 풀기를 계속하며 양적완화를 유지하던 일본으로서는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일종의 ‘양적축소(量的縮小)’를 내비친 획기적 변화다.

또한 미국도 유사하게 연준이 보유한 국채나 주택유동화증권 등의 자산을 매각하며 흔히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축소’ 작업을 현재 기준금리 인상과 병행 중이다. 이런 중앙은행의 보유채권 매각은 심지어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와 유사하게 유동성을 흡수해 시중의 돈을 줄이는 결과를 낸다. 특히 이달 연준은 일종의 제2단계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2025년 중반까지 보유자산 매각을 가속하기로 예고한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심화에 따른 추가적인 국채 발행 압력이 미국 채권시장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이런 긴축 메시지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압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긴축이 끝나고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만, 현재까지 미국과 일본이 보여주는 정책 신호는 여전히 명시적인 긴축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존에 양적완화를 했었던 유럽중앙은행도 이런 양적축소로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며 역시 긴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시중에 돈이 넘치던 상황과 달리 가계나 기업 모두 쉽게 자금 부족에 노출될 수 있는 금융·경제환경이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디모데전서 6장 8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말씀처럼 쓸 돈이 넘쳐나는 때가 아닌 긴축과 절약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지출에 절제하고 비용에 유의할 시기가 아직 좀 더 지속할 수 있음을 긴축 메시지는 경고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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