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 다가온 한미일 정상회의, 美언론이 보는 주목할 포인트

뉴욕=조슬기나 2023. 8. 1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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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으로 다가온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지에서도 "중대한 모임", "아시아 안보의 중추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미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상 첫 단독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정상들은 3국 협의체 창설을 공식화하고 협력 이니셔티브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바이든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네 가지'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외국 당국자를 최초로 초대한 것이자, 3개국이 함께 하는 사상 최초의 단독 정상회담이다. 중대한 모임"이라고 의미를 조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맡았던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WP에 통상 한국과 일본이 국제 정상회담에서도 거리를 두고 있음을 언급하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서터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폴리티코에 "정말 큰 딜"이라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맞이하기 위해 이날 오후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했다.

WP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부분으로 '3국이 안보를 위해 어디까지 협력하느냐'라고 꼽았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집단 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같은 협력체가 출범하지는 않지만, 안보, 상호방어에 대한 협력을 광범위하게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매체는 "세 정상은 처음으로 자국의 안보가 연계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지역 안보 위기가 발생할 경우 상호 협의할 것을 약속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3국 회의 정례화, 핫라인 구축, 3국 군사훈련 정례화, 안보 관련 데이터 공유 등이 언급됐다. CNN방송 역시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 나라에 대한 도전은 그들 모두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제적 긴장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인지' 여부다.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 안보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반도체 등 주요 기술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WP는 한국과 일본이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SA) 등이 자국 산업에 미칠 여파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앞서 재무부가 세부 지침을 통해 리스 차량 예외조항을 허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해결책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WP는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각국의 선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3국 협력 모멘텀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는 전날 외신기자센터에서 진행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브리핑 중에도 제기된 지적이다. WP는 "현 상황은 취약하다"면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모두 지지율 정체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내년 한국의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의 노력이 발목에 잡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맹에 미온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노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대중의 분노를 일으켰고, 기시다 총리 역시 국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약하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내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과의 협력 약속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이러한 정치적 모멘텀에 주목했다. 폴리티코는 "한일 관계 개선이 이어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유산이 될 수 있다"면서도 "깨어지기 쉬운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WP가 꼽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실시간 반응이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가 "중국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NYT)"이라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역시 이번 3국 정상회담이 '미니 나토'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강한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WP는 다음날 3국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그 직후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의식해 3국 역시 일종의 수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커비 보좌관이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폴리티코는 "한일과 중국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감안할 때, 세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중국에 대한 비판이 명시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거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처럼 중국의 보복이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앞서 한국과 일본에 미국과 너무 긴밀히 협력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NYT는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은 중국을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여기는 한일 모두에게 심각한 우려"라고 전했다. 스탠퍼드대의 대니얼 스나이더 교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과의 경제전쟁인 신냉전 아이디어에 불안해하고 있다"면서도 "그들은 참여와 경쟁, 대결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미일은 지난해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단독으로 3국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CNN에 캠프 데이비드가 갖는 대통령의 개인적 휴양지 특성을 언급하며 "화해, 우정, 새로운 시작의 상징성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캠프 데이비드에 외국 정상이 방문한 것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초대한 걸프만 국가 지도자들이 마지막이다.

메릴랜드주 캐탁틴 산맥에 위치한 캠프 데이비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42년 설립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의 로렐 로지(Laurel lodge)에서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만나 정상회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종의 캐빈인 애스펀 로지(Aspen lodge)에서 업무 오찬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3국 정상이 '노타이' 차림으로 산책로를 함께 걷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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