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용기의 시작은 나를 발견하는 것”

우성규 2023. 8.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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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내가 만일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한 울새 한 마리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글쓰기는 마음을 종이 위에 드러내는 치유 행위입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마음이 불편할 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일기가 그렇듯 자신의 삶이 통과해 온 길을 줄기차게 기록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이르게 됩니다. 글쓰기가 마음 치유에 엄청난 힘이 있다는 사실은 2019~2020년 진행한 국민일보 글쓰기 프로그램 '마음글방 소글소글'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고 글을 쓰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글로 위로할 수 있다면 참 의미 있는 인생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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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나에게 필요한 말들’ 펴낸 이지현 전 국민일보 선임기자
이지현 전 국민일보 선임기자가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로의 작업실에서 치유로서의 글쓰기를 말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내가 만일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내가 만일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한 울새 한 마리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에밀리 디킨슨의 시 ‘내가 만일’(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의 전문이다. 국민일보에서 33년간 기사를 쓰면서 시인으로 등단한 이지현(60) 전 선임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다. 소명으로서의 글쓰기, 특별히 마음을 치유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온 그가 ‘소심한 나에게 필요한 말들’을 펴냈다. 국민일보 은퇴 이후 소규모 글쓰기 치유 모임을 준비 중인 서울 동작구 사당로의 한 작업실에서 지난 15일 이 선임기자를 만났다.


“글쓰기는 마음을 종이 위에 드러내는 치유 행위입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마음이 불편할 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일기가 그렇듯 자신의 삶이 통과해 온 길을 줄기차게 기록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이르게 됩니다. 글쓰기가 마음 치유에 엄청난 힘이 있다는 사실은 2019~2020년 진행한 국민일보 글쓰기 프로그램 ‘마음글방 소글소글’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고 글을 쓰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글로 위로할 수 있다면 참 의미 있는 인생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의 1부는 ‘용기를 잃어버린 당신에게’이다. 삶이 힘겨울 때 펼쳐보면 좋을 생각들을 담았다. “가장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 주세요.”(33쪽) “바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 바로 치유의 출발점이자 완성입니다.”(133쪽) 등 아름다운 문장들이 계속된다. 2부는 ‘혼자 할 수 있는 글쓰기’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음식을 떠올리기,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통해 유년의 공간을 기억하기 등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선임기자는 “삶의 방향성을 잃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하고, 자신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길 바란다”면서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사당로 작업실에서 15명 정도 모이는 마음글방을 재개할 예정이다. 모임 이름은 그의 인기 칼럼 제목이던 ‘티테이블’이 유력하다. 사부작사부작 무리하지 않고 상담과 글쓰기가 접목된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이 선임기자는 윤동주 김승옥 박목월 박두진 황순원 권정생 황금찬 김현승 등 문인들의 삶과 문학이 배어 있는 장소를 현장 취재한 기독문학기행 ‘동주에서 아야코까지’(국민북스)를 출간한 바 있다. ‘빙점’의 미우라 아야코를 만나기 위해 일본 홋카이도, ‘생활의 발견’ 린위탕을 기억하기 위해 대만 타이베이에 휴가를 내고 찾아가기도 했다. 1년 6개월간 2주 간격으로 국내외 기독 작가 36명의 ‘영혼의 저수지’를 둘러본 기억을 묻자 이 선임기자는 “구원과 치유 그리고 화해를 지향하는 기독교 문학이 세상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기독 문인들은 시대의 아픔을 작품의 살과 뼈로 삼았다”면서 “작품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하려 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선임기자는 인기리에 연재했던 ‘세계의 영성 작가’ 역시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그는 “문학의 원형이자 영성의 원천인 성경 말씀에 영향을 받은 작가 52명의 삶과 작품을 통해 하나님을 향해 떠나는 여정을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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