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북송 반대 여론 높아진다… 선교의 새 장 열리나
“중국 내 탈북민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한국에 입국하도록 해야 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6일 밝힌 이같은 입장에 탈북민 선교계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중국 내에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의 송환 반대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통일선교의 새로운 장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선교계는 억류된 탈북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과 행보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탈북민들이 난민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국제기구의 노력,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중국에 억류돼 있는 2000여명의 탈북민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 후 장기간 폐쇄했던 국경을 최근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음달 중국에서 개최되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국 당국에 인도적 차원의 중재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단 통일선교단체들은 김 장관의 발언에 환영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 현재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북한정의연대 에스더기도운동 등 통일선교단체들은 지난 6월부터 매주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상택 한국교회통일선교교단협의회(한통협) 사무총장은 1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아직 한통협에서 이 부분을 논의하진 않았지만 한국교회 대다수는 탈북민이 북송되는 것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김 장관 발언은 환영할 만하다”며 “한국 정부가 탈북민이 북한에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형신 북기총 회장도 “코로나 팬데믹 후 재중 탈북민의 한국행이 거의 막혔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자유의 행렬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00여명의 재중 탈북민 문제는 이미 국제 사회가 주시하는 문제다. 해외 여러 인권단체가 이 문제로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중국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사안으로 꼽힌다.
케네스 배 뉴코리아 파운데이션 인터내셔널(NKFI)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중국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 사회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지만 탈북민을 난민으로 대우하는 순간 대량 탈북의 길이 열릴 수 있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조를 거절한다면 국제 정서를 거스르고 한·미·일 동맹만 강화하는 형국이 되므로 중국 당국에서 난민 인정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배 대표는 북한에 2년여간 억류됐다가 2014년 석방된 뒤 한국과 미국에서 탈북민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 내 탈북민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오려면 유엔난민기구의 개입 등의 절차도 필요하다. 이호택 피난처 대표는 “난민협약가입국인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면 중국에서 보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태국 등 난민협약가입국이 아닌 곳에서 난민 인정을 받아 한국 등 제3국으로 오도록 하는 ‘재정착 난민 수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도 “탈북민이 한국에 오려면 중국과 한국의 교섭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엔난민기구 등의 개입이 필요하며 외교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북송위기에 놓인 재중 탈북민의 한국행을 가정한다면 한국교계는 이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배 대표는 “탈북민 정착을 위해선 탈북민이 일정 기간 머무르는 하나원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등 한국교회의 물질·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에 거주하다 다른 국가로 이주하는 탈북민을 언급하면서 “한국교회가 탈북민이 한국에서 잘 정착하도록 따뜻하게 환대하는 사역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아영 양민경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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