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당신은 어떤 능력자입니까?
초능력은 비상한 현실을 요구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초능력도 애물단지일 뿐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무빙’(디즈니+)은 평범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초능력자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봉석은 고3인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평범하게 자라길 바란다. 봉석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무거운 쇳덩이를 가방에 넣고 다닌다. 무의식 중에 공중 부양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오늘 이야기할 장면은 봉석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다.
늘 기가 죽어 지내던 봉석이 어느 날 운동장 놀이기구에서 붕 떠서 뛰어내린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올리자 다른 친구가 따라 했다가 크게 다친다. 봉석의 어머니는 학교에 불려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을 나무란다. “앞으론 절대로 하지 마!” “왜 하면 안 되는데? 초능력 있는 건 나라고요.” 봉석이 대들자 어머니는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게 그게 무슨 영웅이야? 마치 네가 더 잘났다는 듯이, 친구들 앞에서 뽐내듯이 보여줬잖아. 네가 한 행동은 하나도 멋있지 않아.”
우리 사회에도 능력자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 능력이란 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당신은 어떤 능력을 가졌는가? 부끄러움을 아는 능력인가, 부끄러워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능력인가. 남을 위하는 능력인가, 남 위에 올라서는 능력인가. 진실을 말하는 능력인가, 그럴듯한 거짓을 꾸며 말하는 능력인가.
봉석은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또 하나의 귀중한 능력을 얻는다. 고등학생이 된 그는 전학 온 친구에게 이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캐묻지 않는다. 친구가 “궁금해하면서 왜 물어보지 않느냐?”고 하자 봉석이 답한다. “너한테 안 좋은 기억일까 봐.” 봉석은 마음의 초능력자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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