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진술서 내고 또 침묵…검찰 “백현동 특혜 개입 정황”

김철웅, 이창훈, 정용환 2023. 8. 1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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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검찰 소환조사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인근 법원삼거리에 도착해 지지자들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뉴스1]

이재명(59)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대표가 야당 대표가 된 뒤 네 번째 조사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월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월 28일과 2월 10일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조사받았다. 정치권에선 검찰이 늦어도 9월 중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양복 상의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나와 “조사는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예정된 출석 시각은 오전 10시30분이었는데,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는 1시간 전부터 지지자 20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이겨낸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개딸 동원령’에도 200여 명 모여

이 대표는 전날 소셜미디어에 일정 등을 공유하며 지지자 결집을 유도했다. 하지만 앞선 세 차례만큼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지지자들은 꽹과리와 호루라기 소리를 내며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검찰청 출입문 앞에선 이 대표를 비난하는 시민단체가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 등을 외치며 맞불을 놨다.

이 대표 측은 검찰과 협의해 포토라인 설치에 동의했다. 이 대표의 출석 장면은 민주당과 이 대표 개인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심사를) 받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읽었다. 이어 청사 현관에서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무능한 정권의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김영옥 기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 대표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에 30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나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검찰 조사 때도 진술서를 냈다. 민주당 측은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서면 진술서를 기초로 대응 중이며, 필요한 부분은 적극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당이 (개인 혐의 조사에) 입장을 내기도 하는가”라며 “이 대표는 올 초 검찰 조사 때와 같은 태도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가 입회했다. 앞서 지난 15일 이 대표는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하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반박했다. 아파트 부지 용도가 한꺼번에 4단계 상향되고, 임대아파트 비율이 축소(100%→10%)되는 등 민간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및 공공기관 요구에 따라 이행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방식 대신 민간개발로 진행된 데 대해서는 “성남도개공을 참여시킬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에 검찰은 백현동 개발 과정 곳곳에 민간업자 측 로비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캠프 출신 김인섭씨가 민간업자 측에 합류한 뒤 부지 용도가 상향됐는데, 이 과정에서 김씨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 이 대표 측근에게 청탁해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협박’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본다. 2014년 12월 국토교통부는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장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계획임을 고려해 귀 시에서 적의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성남시에 회신했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와 민간 개발업자가 구속됐고, 청탁이 이뤄지고 특혜가 제공된 사실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 이 대표가 개입한 정황이 있어 그 입장을 듣고자 조사하는 것”이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1원도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는 이 대표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배임 혐의는 사익 추구와 관련이 없다. 성남도개공과 성남시가 개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청탁을 받고 의도적으로 이를 포기해 민간에 이익을 몰아줬다면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측 선대위 관계자도 압수수색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송영길 대표 시절 비서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같은 시각,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이 대표 측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 2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 전담 3개 부서가 공개적으로 민주당 수사를 동시 진행한 것이다.

전방위로 압박해 오는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에선 “왜 하필 이 대표 소환 날 다른 선대위 관계자까지 압수수색하냐”(선대위 출신 보좌관) 등 불만도 감지됐다. 이 대표 주변인의 증거인멸 정황을 쌓아서 구속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 당직자는 “최근 검찰이 증거인멸·위증교사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본 재판에서의 유죄 입증보다 선거 전 ‘이재명 구속’이 목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철웅·이창훈·정용환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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