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위원인 거 아시죠?’… 교권침해 창구 전락한 학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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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학기 경기도 성남의 A고등학교 교무실로 학생이 찾아왔다.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장의 자녀였다.
B씨의 한 동료 교사는 "학운위 위원장 자녀 문제로 학교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학운위가) 언제부턴가 학교가 아닌 자기들 아이에게 특혜를 주려고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됐다"고 토로했다.
많은 일선 교사들은 학교 운영에 심의 및 자문 역할을 하는 학운위가 '교권 침해' 창구가 될 때가 많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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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등 관리자 통해 개인 민원도
지난해 2학기 경기도 성남의 A고등학교 교무실로 학생이 찾아왔다.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장의 자녀였다. 그 학생은 답안 이중 기재로 오답 처리된 영어 지필평가 점수에 이의를 제기했다. 교사 B씨는 학생에게 오답 처리 이유를 설명했다.
B씨는 학생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장의 호출을 받았다. 교장은 “이중 답안 중 하나는 OMR 답안지에 원래 찍혀 있던 점일 수도 있지 않나”며 정답으로 처리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한다. B씨는 교장이 개별 학생의 이중 답안 사실을 안 것에도 놀랐지만,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B씨의 한 동료 교사는 “학운위 위원장 자녀 문제로 학교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학운위가) 언제부턴가 학교가 아닌 자기들 아이에게 특혜를 주려고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됐다”고 토로했다.
많은 일선 교사들은 학교 운영에 심의 및 자문 역할을 하는 학운위가 ‘교권 침해’ 창구가 될 때가 많다고 말한다. 학운위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적 기구다. 한 교사는 “위원장이 교장보다 위에 앉아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실제 학운위가 교장을 비롯한 교내 관리자를 통해 개인 민원을 내려보내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A학교 교장의 경우 올해 전 학년 학급의 담임교사를 직접 결정해 통보했다. 학년부장이 교사들과 협의해 결정하던 관계를 깬 것이다. 그 결과 학운위원장의 3학년 자녀가 소속된 반에 진학지도 경험이 가장 많은 교사가 배정됐다고 한다.
해당 교장은 지필평가 결시생의 성적을 100% 인정하는 기준에 기존 ‘학교·시도(교육청)·국가를 대표한 대회 및 훈련 참가’에 ‘학교장이 허가하는 대회에 참석한 경우’를 추가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체육특기생인 학운위 자녀를 위한 것이냐”며 반발했으나 교장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후 교육청의 지적을 받고서야 해당 규정이 삭제됐다고 한다.
최근 경기교사노조가 교사들로부터 제보받은 사례에도 유사한 내용이 여러 건 있다. 한 학부모는 교사에게 “저는 무기가 많다. 학부모회, 학운위에서 제가 다 위원인 것 아시죠”라는 식으로 겁을 주기도 했다.
황수진 교사노조연맹 부대변인은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개인이 하면 민원이지만, 학운위가 하면 공식 요구 사항이 된다. 학운위에 요청하라’는 매뉴얼도 돌고 있다”며 “학교장 직속으로 ‘민원대응팀’을 만든다고 하는데 학교장 책임 역시 명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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