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삵’이 안락사된 안타까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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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구조·보호하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가 부상당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임의로 안락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초 신고자는 삵을 고양이로 오인해 태백 유기동물보호소에 구조요청을 했고, 보호소 측 조치로 동물은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이튿날 안락사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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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구조·보호하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가 부상당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임의로 안락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보호소 측은 발견 당시 야생동물이 심하게 다쳐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17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강원도 태백시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생후 60일 미만의 어린 삵이 안락사됐다. 삵은 지난 15일 2차선 도로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삵을 고양이로 오인해 태백 유기동물보호소에 구조요청을 했고, 보호소 측 조치로 동물은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이튿날 안락사 조치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보호소 A소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진료 결과 하반신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골절됐으며 이미 내장에서 구더기가 쏟아질 만큼 괴사가 진행돼 손쓸 수 없었다”며 “고통을 최소화해주기 위해 수의사 판단에 따라 안락사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관련 정보가 시스템에 공개되고 부상 동물이 고양이가 아니라 삵이라는 게 알려진 뒤 논란이 불거졌다. 삵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따라서 포획했을 때는 야생동물구조센터나 환경부 지정 동물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야 한다. 또 허가 없이 죽이는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A소장은 “삵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법대로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이송 과정에서 당장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중상을 입은 동물을 구조센터로 옮길 여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구조센터는 강원대 수의과대학으로, 무려 약 200㎞나 떨어져 있다. 게다가 다친 삵을 발견한 날은 휴무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국내의 부족한 야생동물 진료 인프라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야생동물구조센터는 19곳. 17개 광역지자체마다 1개소 정도에 불과해 사고 현장에서 구조센터까지 거리가 수백㎞에 달하는 경우가 흔하다. 발견자가 응급조치를 하려면 불가피하게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김봉균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현장에서 위급한 야생동물들을 치료하는 담당자로서 절차를 위반하는 심정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 “야생동물을 안락사 조치했다는 사실 자체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인 삵이 왜 구조센터로 갈 수 없었는지, 일반 동물병원에서 진료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등 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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