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엔드] 로제로 250만 조회 수 터졌다...글로벌 공략 작정한 91년산 한국 대표 명품

유지연 2023. 8.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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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오래된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살아남아 잘 ‘팔리는’ 명품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시대에 맞춰 진화해왔다.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늘 시시각각 변화해왔다는 얘기다. 1932년 시작돼 독보적인 브랜드 유산을 이어온 국내 대표 명품 브랜드 설화수가 최근 재정비 작업에 나선 이유다. 한방 성분을 토대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명품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다.

한국을 대표하는 뷰티 브랜드 설화수가 지난해 9월부터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이제는 글로벌이다, 로제의 선언문


설화수의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은 블랙핑크 로제를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발탁하는 것으로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이후 일제히 설화수가 ‘젊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보다는 ‘글로벌’에 방점을 찍은 데 가깝다. 로제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K-팝 아티스트로 글로벌 Z세대들 사이 독보적 인지도를 자랑한다.
영상 'FROM 1932 TO YOU'는 1932년 동백기름으로부터 시작된 설화수의 여정을 그려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로제를 통해 일종의 선언문과 같은 두 개의 영상을 선보였다. 첫 번째 영상 ‘FROM 1932 TO YOU’에선 1932년 개성, 서성환 선대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가 직접 만들고 팔았던 동백기름에서 출발한 설화수의 여정을 그려냈다. 두 번째 영상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꽃이 된다’에선 흙, 눈, 꽃과 같은 상징물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은유적으로 조명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249만 회의조회 수를 자랑한다.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 언어로 된 댓글이 2000여개 넘게 달리고 있다.

로제의 출연으로 화제가된 브랜드 영상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꽃이 된다'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로제의 영상으로 시작된 브랜드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열린 전시 ‘흙, 눈, 꽃-설화, 다시 피어나다’로 이어졌다. 국내외 16명의 아티스트가 참여, 설화수가 고집스레 걸어온 길을 흙·눈·꽃의 은유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한 전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 미술가 이불은 화려한 비즈를 얼기설기 엮은 꽃 같은 마스크로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한국의 미를 표현했고, 다나 와이저는 모란과 나비가 새겨진 색동 자수 작품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작가 개인의 경험을 투영했다.

설치 미술가 이불의 작품 'Mask for a Warrior Princess.' 사진 아모레퍼시픽

조선백자 닮은 제품, 세계에 통하는 미감 담아


지난해부터 이어진 설화수 글로벌 캠페인의 하이라이트는 올해 3월 출시된 6세대 윤조에센스로 모인다. 윤조에센스는 설화수의 대표 제품이자 스테디셀러로, 현재까지도 10초에 한 병씩 팔리는 독보적 제품이다. 6세대 윤조에센스는 독자 성분인 ‘설화수 마스터 콤플렉스’를 함유, 속부터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윤기를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58년간 쌓인 설화수만의 인삼 과학 노하우가 담겼다.

눈에 띄는 것은 제품 패키지다. 한국의 달항아리 백자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적용한 용기는 한국적 미감을 세련된 형태로 담아낸다. 전면에 제품을 상징하는 주황빛 브랜드 로고를 영문으로 새겼으며, 그동안 고집했던 한자로 된 낙관의 크기를 줄이고 위치도 옆쪽으로 옮겼다. 전체적으로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으로 지난 4월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본상을 받았다.

조선백자 달항아리의 기품을 담은 제품 패키지로 지난 4월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뉴욕 미술관과 협업, 북미·유럽 정조준


설화수는 그동안 인삼 등 한방 성분과 고급 이미지 만들기에 공들여왔다. 최근 눈에 띄는 행보는 이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예술(art)’에 중심을 둔 소통에 나섰다는 점이다.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면서도, 혁신적인 예술가 기질로 제품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개최된 '설화수 나이트 앳 더 메트(Sulwhasoo Night at The Met)' 행사장 전경. 사진 Hanna Kim , BFA

지난 3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1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설화수는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인과 소통할 예정이다. 미술에 높은 관심을 가진 여성으로 이뤄진 ‘우먼 앤 크리티컬 아이’, 젊은 후원자들의 모임인 ‘아폴로 서클’ 등의 미술관 내 주요 커뮤니티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직전에 배우 틸다 스윈튼을 새롭게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해 이 같은 행보에 무게감을 더했다.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를 지닌 세계적 인지도의 배우를 통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품격을 높이고, 북미·유럽 시장 등 영역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설화수는 지난 3월 세계적 인지도의 배우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지난해부터 이어진 설화수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의 성과는 뚜렷하다. 설화수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의 브랜드 검색량(버즈량)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고, 북촌 설화수의 집 방문 고객도 리브랜딩 시점(2022년 9월) 이후로 증가 추세다. 지난 3월에는 한 달간 방문 고객이 1만명을 돌파,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설화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50% 이상 증가했다.

정가윤 설화수 디비전 상무는 “헤리티지의 계승과 현대적 재해석이야말로 지금의 설화수를 있게 한 원동력이자 앞으로도 설화수가 지켜야 할 가치”라며 “이번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인 설화수가 전 세계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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